[노트북 단상]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진국 스포츠팀 차장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2016년 6월 10일 브라질 리우 올림픽 펜싱 에페 결승전. 마지막 라운드를 앞 둔 대표팀 막내 박상영은 수없이 혼잣말을 읊조리고 있었다.

박상영은 2라운드까지 헝가리 선수에게 10-14로 뒤지고 있었다. 15점을 먼저 내면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라 박상영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기적은 일어났다. 박상영이 믿을 수 없게도 15-14로 상대 선수를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 장면은 전 국민에게 감동과 용기를 안겨 줬다. 스포츠가 인기 있는 것은 이런 극적 감동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박상영이 만든 기적의 동력은 ‘멘탈’이다. 그는 불리한 상황에서 자기 암시를 통해 평정심을 찾고 자신감을 높였다. 멘탈은 특히 비슷한 수준의 선수와 경쟁할 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해준다.

스포츠에서 멘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멘탈이 약한 훌륭한 선수, 정신력이 나약한 탁월한 팀은 없다.

멘탈은 감정조절능력, 회복탄력성, 자아효능감을 통칭해 부르는 말이다. 멘탈이 좋다는 것은 감정을 조절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고,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원래 상태로 빨리 회복하며, 자신의 능력에 대한 믿음을 가지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말이다.

멘탈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는 롯데 자이언츠 때문이다. 롯데는 올 시즌 스토브리그를 주도하며 대대적으로 전력을 보강했고,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부산 시민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110경기를 치른 현재 롯데는 56승 53패 1무의 성적으로 7위에 머물러 있다. 될 듯 될 듯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주저않는다.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 팬들의 비난이 빗발 쳐 선수단이 느끼는 스트레스가 극심할 것이다.

그 와중에 롯데와 5위 경쟁 중이던 kt 위즈는 9월 한 달간 치른 18경기서 무려 14승(4패)을 거둬들이면서 단독 3위로 치고 올라갔다. 6위인 KIA도 같은 기간 16경기 중 11승(5패)을 챙겼다.

kt와 KIA를 상대로 총력전을 펼쳐 승차를 좁히겠다는 구상을 해 온 롯데로서는 닭 ?i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됐다. kt가 비운 5강 한 자리는 두산 베어스가 채우고 있다.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해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관록의 두산과 5강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 머리를 더 아프게 한다.

롯데를 둘러싼 제반 상황이 어느 하나 유리한 게 없다. 그러나, 아직까지 34경기가 남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롯데 선수단은 피말리는 순위 경쟁에서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이길 수 있다”는 멘탈이 중요하다.

코칭스태프와 베테랑들이 앞장서 이기겠다는 의지로 뭉쳐야 한다. 롯데는 지난해 수없이 지면서 패배주의에 젖어 꼴찌로 전락했다. 올해 또다시 ‘지는 습관’ ‘패배의 기억’을 소환해서는 안 된다. 그게 멘탈의 역할이다.

뉴욕 양키스의 레전드 포수 요기 베라는 스포츠사에 남을 금언을 남겼다.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니다(It ain‘t over till it’s over).” gook72@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