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함께 넘자” 현대차 노사 11년 만에 기본급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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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노사가 비대면 화상 교섭을 진행하는 모습.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제공

국내 노동운동의 방향타나 다름없는 현대자동차 노사 관계가 올해 최대 과제인 임금협상에서 타결점을 찾으면서 안정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동차산업 위기 대응에 노사 모두 한마음으로 대응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21일 13차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동결을 비롯해 성과급 150%, 코로나 위기 극복 격려금 120만 원, 우리사주(주식) 10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에 잠정 합의했다. 현대차 노사가 기본급을 동결한 건 1998년 외환위기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 이어 세 번째다. 여기에 2년 연속 파업하지 않고 합의점을 찾은 것도 의미가 깊다는 평가다.


21일 노사 임금협상 잠정 합의
상견례 40일 만에 무분규 타결
실리 성향 노조 집행부도 한몫
25일 조합원 찬반 투표가 관건

노사는 지난달 13일 상견례를 한 뒤 40일 만에 접점을 찾았다. 이는 상견례부터 잠정 합의까지 38일이 걸린 2009년에 이어 두 번째로 짧은 기록이다.

‘강성 노조’의 대명사인 현대차 노조가 기본급 동결에 합의한 데는 코로나19 사태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올해 2월 코로나19로 중국산 부품을 제때 수급하지 못해 전 공장을 대상으로 순차적 휴업을 겪었다. 올해 상반기 판매량을 보더라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4%, 매출액은 7.4%, 영업이익 29.5%가 각각 줄었다. 2분기만 보면 영업이익은 590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2.3% 급감했다. 현대차 안팎에서 기본급 동결이 어느 정도 예견됐던 상황이었다.

노조는 올해 임협 상견례를 앞두고 조합원들에게 “사회 여론 앞에 많은 성과를 내기 녹록지 않은 현실”이라며 “4차 산업혁명 관련 고용보장과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한 대안 마련에 투쟁 방점을 찍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회사 역시 “기본급 인상의 경우 다른 업체 노동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줄 수 있다”며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현대차 노사가 이번 교섭에서 별도 합의로 지역 부품사 고용 유지를 위해 500억 원 규모 지원금을 조성하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에 중점을 뒀기 때문이다.

여기에 ‘실리’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상수 노조 집행부가 올해 1월 출범 초기부터 “‘뻥’ 파업을 하지 않겠다” “국민에게 인정받는 노조가 되자”고 강조한 터여서, 무분규 타결에 대한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남은 관문은 조합원 찬반 투표다. 노조는 오는 25일 5만여 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잠정 합의안을 받아들일지 묻는 투표를 한다. 여기서 잠정 합의안이 통과돼야 임협을 완전히 타결할 수 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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