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북 의사 표시·北, 신상 파악은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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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 공무원 사살 의문점

윤성현 해양경찰청 수사정보국장이 29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해양경찰청에서 ‘소연평도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수사 중간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양경찰은 29일 서해 북단 소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됐다가 북한에서 피격돼 사망한 해양수산부 공무원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해경의 소명에도 구체적 사건 정황 등 속시원히 해명되지 않는 의문점들이 여전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해경은 이날 언론 브리핑을 열고 지난 21일 실종된 해수부 서해어업지도관리단 소속 어업지도원 A(47) 씨와 관련해 군 당국으로부터 확인한 첩보 자료와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을 토대로 월북으로 판단했다. 해경청 윤성현 수사정보국장은 브리핑에서 “어제 본청 수사관들이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했다”며 “A 씨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탈진한 상태로 부유물에 의지한 채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A 씨만이 알 수 있는 이름, 나이, 고향, 키 등 신상 정보를 북측이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고 그가 월북 의사를 밝힌 정황 등도 확인됐다”고 부연했다.

해경, 첩보·표류 분석 ‘월북’ 판단
北의 신상정보 확보 등 의혹 남아
文 대통령 행적 두고 논란 일어
軍, 북측 “사살하라” 명령 감청

하지만 북측이 A 씨의 신상 정보를 어떻게 알았으며 그가 월북 의사를 어떤 식으로 표현했는지,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해경이 국방부를 방문해 확인한 첩보 자료가 녹취록인지 음성 파일인지 등 자료의 형태에 대해서도 공개할 수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의혹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해경의 설명처럼 A 씨가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만 의지한 채 조류를 거슬러 38㎞가 되는 거리를 헤엄쳤다는게 가능한가 여부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해수부 공무원이 아쿠아맨이냐”고 해경 발표를 비꼬았다.

아울러 정치권에서는 북한군이 A 씨 시신을 소각했는지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국방부가 감청을 통해 ‘연유(燃油)를 발라서 태우라고 했다’는 점을 확인했다”며 “북한 용어로 휘발유나 디젤처럼 무엇을 태우는 데 쓰는 연료를 연유라고 하는 모양이다. 국방부가 그냥 판단한 게 아니라 정확하게 들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관계자는 “국방부 보고에서 연유 얘기는 나왔지만 ‘몸에 바르고’라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았다”고 주 원내대표의 언급 내용을 부인했다.

특히 국방부가 A 씨 피살 당시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상부 지시 내용을 실시간 감청, 확보한 상황에도 대통령 대면 보고까지 10시간이 걸린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2일 오후 10시 30분 청와대에 A 씨 시신 소각 첩보 입수 10시간이 지난 23일 오전 8시 30분이 돼서야 노영민 비서실장으로부터 최초 대면보고를 받았다. 야권 관계자는 “북한군이 A 씨를 사살하기까지 과정을 실시간으로 감청하고 있었다면 대통령에게 당연히 즉각 알렸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새벽에 긴급 관계 장관 회의를 소집했음에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전혀 해 내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군은 지난 22일 서해상 실종 공무원 피살 당시 급박했던 북한군의 내부 보고와 상부 지시 내용을 감청을 통해 실시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은 실종 공무원 A씨가 서해 등산곶 인근에서 북한 선박에 발견된 시점인 22일 오후 3시30분 전부터 북한군들의 교신 내용을 무선 감청했다. 이에 따르면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간 것은 오후 9시를 넘어서였다.

북한 해군사령부를 통해 "사살하라"는 명령이 하달되자 대위급 정장이 "다시 묻겠습니다. 사살하라고요? 정말입니까?"라고 되물었고, 9시40분께 현장에서 "사살했다"는 보고가 윗선에 올라갔다고 한다.

군은 북한군 내부에서 A씨를 사살했다고 보고한 사실을 청와대 등과 즉시 공유했다.

송현수·이은철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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