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 내내 아기한테 눈 못 떼니 결혼할 때 됐다고들 해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드라마 ‘악의 꽃’서 1인 2역 이준기

배우 이준기(38)의 연기 변신이 날로 새롭다. 2005년 영화 ‘왕의 남자’에서 미모의 광대 ‘공길’로 변신해 조선을 홀리더니 ‘일지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무법 변호사’ 등에서 무사, 왕, 변호사를 오가는 캐릭터 도전을 계속했다. 최근 종영한 tvN 드라마 ‘악의 꽃’ 속 얼굴도 흥미롭다. 금속 공예가인 인물을 맡아 복잡미묘한 캐릭터의 감정을 잘 그렸다. 코로나19 여파로 서면으로 만난 이준기는 “감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캐릭터를 연기했다”며 “다양한 장르를 담았던 작품만큼이나 여러 감정이 교차한다”고 밝혔다.

백희성·도현수 복잡미묘한 캐릭터 연기
액션보다 섬세한 감정 전하는 데 집중
극 중 아내 문채원 덕분에 몰입 가능해
따뜻한 아빠 역할로 장래 ‘딸 바보’ 예약 



이준기는 이 작품에서 ‘도현수’와 ‘백희성’ 두 인물을 혼자 연기했다. 드라마 전개에 중요한 열쇠를 쥔 캐릭터들이다.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마인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피치 못할 이유로 ‘백희성’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사연 많은 인물이다. 이준기는 “백희성과 도현수 두 인물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줘야 했다”며 “다양한 인물과의 관계에서 보이는 리액션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고 했다. 그는 “캐릭터의 직업도 신경 썼다”며 “금속 공예가인 백희성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촬영 전 공예 작업 영상을 찾아봤다. 실제 금속 공예가를 만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그간 능숙한 액션 연기를 펼쳤던 이준기는 이번에도 아찔한 아파트 난간 장면부터 잔혹한 물고문 신까지 고난도 액션을 선보였다. 이준기는 “평소 운동을 좋아해 생각보다 힘들진 않았다. 다만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액션을 10분의 1 정도로 줄이려고 다짐했다”면서 “평소 보여 드린 액션은 화려하거나 거친 부분이 많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액션은 캐릭터의 감정을 드러내는 요소로 이용했단다. 그는 “액션보다는 감정에 집중했다”면서도 “처절하게 내몰리는 장면에선 대역 없이 직접 몸으로 들이받고 던져지며 감정 표현에 도움이 될 수 있게 몰입했다”고 회상했다.

이준기는 이 작품에서 다정한 남편이자 따뜻한 아빠의 면모를 그려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극 중 부부로 호흡을 맞춘 문채원과 연기 합도 인상적이다. 이준기는 “문채원 씨는 굉장히 섬세하다. 감정적으로 집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며 “아빠 모습은 애드리브가 많았다. 아이와 웬만하면 떨어져 있지 않으면서 장난을 치며 친해지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는 “백희성처럼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라며 “도현수가 갓 태어난 딸을 보고 무표정하게 말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자꾸만 눈물이 나더라”며 웃었다. 재미난 촬영 뒷이야기도 털어놓는다. “촬영 내내 아기한테 눈을 못 떼고 바라봤어요. 그걸 본 촬영 감독님이 ‘준기 결혼할 때 됐나 보다’고 하셨죠. 스태프들도 그런 제 모습이 인상 깊었는지 ‘결혼하면 딸 바보가 되겠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하하.”

이준기는 ‘악의 꽃’이 자신의 연기 생활에 좋은 자양분으로 스며들었다고 했다. 작품을 준비하며 동료들과 호흡한 시간이 그를 한층 견고하고 풍성하게 해서다. 이준기는 “이번 작품을 끝내고 나니 유독 복합적인 감정을 많이 느낀다”며 “작품을 완주했다는 안도감부터 완결했다는 성취감, 현장을 떠난다는 헛헛함 등이 교차한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로 지친 대중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곁들인다. “많은 분이 힘들어하는 시기라 미약하게나마 즐거움과 희망을 드리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성실하게 몸과 마음을 잘 준비해서 좋은 작품으로 기쁨을 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