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나훈아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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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창궐로 추석을 전례 없는 ‘언택트(비대면)’ 분위기 속에서 보낸 지난 연휴 동안 단연 화제는 ‘나훈아 콘서트’였다. 15년 만의 방송 출연에서 나훈아는 ‘가황’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며 추석 전야를 후끈 달궜다.

꽁지 머리와 찢어진 청바지로 한껏 멋을 낸 가황은 70대임에도 나이가 무색할 만큼 역동적인 무대 매너와 카리스마로 2시간 40분간 온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문화공연 행사 대부분이 취소된 상태에서 진행된 이번 추석 공연은 그래서 더 주목을 받았고, 여기다 고향의 향수와 추억까지 더해져 국민의 지친 마음을 어루만졌다.



한 시청률 조사 회사에 따르면 지난 30일 열린 나훈아 콘서트의 시청률은 무려 29.0%에 달했다고 한다. 나훈아의 고향인 부산에서는 전국 최고인 38.0%를 기록했다. 이는 인기 주말드라마 정도를 제외하면 좀처럼 보기 어려운 수치라고 한다. 그만큼 15년 만에 방송에 돌아온, 약간은 신비주의적 경향을 지닌 대형 스타의 공연은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상황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라는 나라 분위기와 제대로 맞아떨어졌다.

나훈아도 올해 추석 공연을 마련한 이유로 “코로나19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라고 말해 애초부터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슈퍼스타’의 공연임에도 출연료 한 푼 없이 콘서트가 진행됐다고 한다. 진정한 대중 스타의 역할이 무엇인지 보여 줬다는 평가다.

워낙 화제였던 만큼 공연 중 언급된 나훈아의 말 하나에도 적잖은 뒷얘기를 남겼다. 특히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왕이나 대통령을 본 적 없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이 지켰다”라고 말한 대목을 두고는 엉뚱하게 여야 정치권에서 아전인수식 공방이 벌어졌다.

어떤 편집도 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이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을 두고 현재 정국 상황을 빗댄 것이라거나 또는 역사적인 일반론을 얘기한 것일 뿐이라는 설왕설래만 무성하다. 아마도 듣는 사람 자신의 상황에 따라 해석의 여지가 많을 수밖에 없는 ‘메타포(metaphor)’를 던진 게 아닐까. 고희를 넘겨 ‘종신 대중 예술인’임을 천명한 한 가객의 말을 곰곰이 생각하기보다, 유불리만을 따져 상대편을 공격하는 수단으로 삼으려는 정치권의 정파적인 사심이나 의도가 정말 딱하게 느껴진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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