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독감 백신 접종 일정, 높아지는 ‘트윈데믹’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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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건강관리협회 건강증진의원 한 지부를 찾은 시민이 유료 독감 예방접종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도대체 독감 백신 무료접종은 언제 재개되나요?”

지난달 독감 백신의 상온 노출 사고로 무료접종이 중단된 이후 정부가 현재까지 재개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 우려 속에 시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4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독감 백신 무료 접종사업이 전면 중단한 지 2주가 지났으나 현재까지 전체적인 접종 재개 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상온노출 독감 백신 사고 2주째
학생·노령층 등 접종 계획 ‘미정’
코로나·독감 동시 감염 걱정 커져
市 “곧 질병관리청 지침 나올 것”

앞서 독감 백신 무료접종 사업은 지난달 일부 독감 백신이 유통과정에서 상온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면 중단됐다.

질병관리청은 현재 문제가 된 독감 백신 물량을 전량 수거한 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문제가 된 백신은 국가 조달 물량에 해당한다. 조사가 완료된 이후 향후 접종 재개 계획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현재 만 12세 이하, 임신부 등 일부에 대해서는 무료접종이 이뤄지고 있다. 이들에게 접종되는 백신은 상온에 노출된 국가 조달 물량이 아니라, 다른 업체를 통해 공급된 물량이다. 각 의료기관에서 개별적으로 백신을 구매한 후 보건소에 비용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상온 노출 사고 이후 오랫동안 명확한 재개 일정이 나오지 않자, 이달 5일부터 접종 대상이던 중학생 학부모와 노인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애초 독감 무료 백신 접종은 5일부터 만 13∼15세 중학생, 19일부터 만 7∼12세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또 만 75세 이상은 13일부터, 만 70∼74세는 20일부터, 만 62∼69세는 27일부터 접종이 가능했다.

이들은 독감과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할 수 있는 상황에서 독감 접종이 미뤄지자 초조해하고 있다. 특히 상온 노출 사고 여파로 백신이 부족해 제때 접종을 받지 못할까 봐 걱정하고 있다.

학부모 이 모(44·해운대구) 씨는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은 매년 독감 접종을 받아 왔는데, 올해는 접종이 연기가 됐다고 해서 마냥 기다리고만 있다"면서 “독감이 코로나19와 증상이 유사한 데다 혹시나 함께 감염될까 봐 걱정도 돼 사비를 들여서라도 맞춰야 할지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개인택시를 몰고 있는 김 모(65) 씨는 “혹시나 손님에게 전염될 우려도 있는데, 국가에서 빨리 접종 날짜를 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질병관리청에서 독감 접종 재개 일정이 나오지 않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라면서 “조만간 지침이 내려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현재까지 전국에서 상온에 노출된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총 2303명으로 알려졌다. 당초 질병청은 백신 사용 중단 직후 문제의 백신 접종자가 1명도 없다고 밝혔으나,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접종자가 나온 지역은 강원과 울산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이다.

지역별로는 경기가 673명으로 가장 많고 광주 361명, 전북 326명, 부산 109명, 경남 14명 등이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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