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세 가황 ‘나훈아’ 추석 안방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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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연휴 뒷이야기

‘가황’ 나훈아가 추석 연휴 안방을 뜨겁게 달궜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을 위로하기 위해 열린 나훈아의 비대면 콘서트는 역대급 무대로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 동시에 나훈아의 화끈한 ‘소신 발언’도 함께 주목을 받았다.



KBS 2TV가 지난달 30일 오후 8시 30분 방송한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는 가황의 명성을 재확인하는 자리였다. 74세의 가황은 “저는 부산 동구 초량2동 415번지 7통 3반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직업은 가수 하나였습니다”라는 말로 자신을 소개했다. 나훈아는 때로는 애절하고 간드러지게, 때로는 폭발적인 열창으로 ‘세월의 모가지를 비틀어서 끌고 가는’ 멋진 무대를 펼쳤다.

비대면 단독 TV 콘서트 시청률 29%
고향 부산 시청률 38% ‘뜨거운 호응’
신곡 ‘테스형!’ 2030 젊은 층도 열광
거침없는 발언에 정치권까지 들썩



나훈아 단독 콘서트 시청률은 29%(닐슨코리아)로 전국 1위(지상파)를 기록했다. 지역별로는 부산이 38%로 가장 높았다. 3일 오후 10시 30분 방송된 다큐멘터리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스페셜-15년 만의 외출’ 시청률도 18.7%에 달했다. 부산은 이날도 시청률 23.8%를 보이며 뜨겁게 반응했다.

나훈아는 첫 곡 ‘고향으로 가는 배’를 무대에 띄운 거대한 배 위에서 불렀다. 와이어 액션을 선보이고 과거 자신이 등장한 화면과 듀엣으로 공연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무대 양옆과 전면을 둘러싼 스크린을 통해 다양한 미디어 아트도 선보였다. 국악에서 록까지 가수 나훈아의 역량을 고스란히 드러낸 이번 공연에는 온라인 관객 1000명도 함께했다. 국내는 물론 일본, 호주, 러시아, 덴마크, 짐바브웨에서 연결된 온라인 관객들은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나훈아, 나훈아”를 외쳤다.

나훈아는 2시간 30분 동안 29곡을 부르며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뽐냈다. 고향, 사랑, 인생을 주제로 구성한 무대에서는 ‘고향역’ ‘홍시’ ‘사랑’ ‘무시로’ ‘18세 순이’ ‘잡초’ ‘청춘을 돌려다오’ 등 그의 히트곡을 감상할 수 있었다. 8월 발표한 신보 ‘아홉 이야기’에 수록한 ‘내게 애인이 생겼어요’ ‘명자!’ ‘테스형!’ 등 신곡도 소개했다. 이번 공연 마지막을 장식한 곡 ‘사내’는 다시 힘을 내자는 응원을 전하는 노래였다. “분명히 코로나를 이겨낼 수 있다”고 강조한 나훈아는 열창을 마쳤다.

나훈아는 노 개런티로 비대면 콘서트 출연한 것에 대해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힘들 때)내가 가만히 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아서 공연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3일 방송된 다큐멘터리에서 어떤 가수로 남고 싶으냐는 질문에 나훈아는 “유행가, 흘러가는 노래를 부르는 가수인데… 뭐로 남는다는 것 자체가 좀 웃기는 얘기”라며 “그런 거 묻지 마소!”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번 콘서트는 ‘국민과 함께한 레전드 공연’으로 기억될 무대였다.

나훈아 콘서트에는 2030도 열성적으로 호응했다. 이번 공연을 소개한 <부산일보> 기사에는 ‘테스형! 최고였음’ ‘주변 어른들이 나훈아 왜 엄지척하셨는지 어제 콘서트 방송 보다 알게 됨’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번 콘서트 영상은 통째로 중국에서 불법적으로 유통돼 저작권 침해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신곡 ‘테스형!’은 지난 1일 음원 사이트 벅스 일간 차트 19위에 올랐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이번 공연은 기성세대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세대에겐 진정한 프로의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며 “무엇보다 70대 노장임에도 신곡을 선보이는 나훈아의 모습은 복고 노래에 함몰된 트로트 방송에 경종을 울렸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자신의 철학을 전하고 감성과 취향에 솔직한 나훈아의 트로트에 젊은 MZ세대도 매력을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서영호 음악 평론가도 “나훈아의 퍼포먼스와 아우라, 오랜 시간 다진 공연 노하우가 빛을 발했다”고 밝혔다.

15년 만에 안방극장에 등장한 나훈아는 공연 중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 내 정치권까지 들썩이게 했다. 나훈아는 지난달 30일 밤 공연에서 “이 나라는 바로 오늘 여러분이 지켰다.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을 한 사람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들이 생길 수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소속 원희룡 제주지사는 “힘도 나고 신이 났지만 한편으론 자괴감도 들었다. 20년 가까이 정치를 하면서 나름대로 애를 쓰고 있지만, 이 예인(藝人)에 비하면 너무 부끄럽기 짝이 없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야권은 나훈아의 “두고 보세요. KBS, 거듭날 겁니다” 발언을 집중적으로 부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나훈아 씨가 말한 ‘민초들의 힘’은 어느 시대 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게 아니다”며 “대중의 힘을 강조한 말을 정치적 의미로 해석하는 건 나훈아 씨의 공연 가치를 폄훼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오금아·남유정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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