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 넘어 ‘삼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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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부동산 시장이 기존 동-서부산의 양극화 구도를 넘어 상승(동부산)-안정(중심부)-하향(원도심과 외곽지역)의 ‘삼극화’ 체제로 한층 세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부산지역 내 ‘지역 강남화’로 대변되는 이 같은 삼극화 현상이 ‘뉴노멀’로 자리잡게 될 경우 지역 간 주거 불균형과 자산 편중화 심화로 지역 주택시장이 극도로 불안정해지는 등 적지 않은 폐해를 끼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대·수영 ‘동부산 불패’ 입증
중심부 ‘견조한 안정’ 흐름 보여
원도심·외곽은 시장 소외 뚜렷
아파트 가격 격차 갈수록 고착
지역 주거 불균형 가속화 우려

■부산 주택시장 삼극화 가시화

부산 부동산 시장이 상승-안정-하향의 ‘삼극화’ 체제로 한층 세분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아파트값이 강세를 보이면서 상승지역으로 분류된 수영구와 해운대구 일대 풍경.  부산일보DB



동의대 부동산금융·자산경영학과 연구진은 2015년 이후 부산 구·군별 아파트 매매가 변동을 중심으로 부산 주택시장 흐름을 최근 분석했다. 2015년 이후 상승세를 유지해오던 부산 주택시장은 2016년 11월, 2017년 6월 두 차례에 걸쳐 7개 구·군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극심한 침체에 빠졌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해수동’ 조정대상지역 해제를 기점으로 상승 전환한 후 정부의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인 수치로 살펴보면 2015년 1월 이후 올해 8월까지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9.4% 올랐다. 구·군별로는 수영구가 20.8% 뛰어 가장 많이 상승했고, 해운대구도 20.5% 오르면서 ‘동부산 불패’를 입증했다. 이어 남(14.4%) 동래(12.9%) 연제(10.9%) 금정(10.6%) 부산진(7.5%)도 아파트값이 견조한 흐름을 이어왔다. 반면 서(5.4%) 강서(4.1%) 사상(4.1%) 기장(3.4%) 동(3.3%) 북(2.8%) 사하(2.6%) 중(1.5%) 영도(1.3%)는 부산 평균 아파트값 상승률에 못 미쳤다. 이 기간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사실상 아파트값이 떨어진 셈이다.

분석 기간을 해수동이 조정대상지역에서 벗어난 지난해 11월 이후로 좁히면, 이 같은 지역 간 편차는 보다 또렷해진다. 이 기간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는 평균 2.0% 올랐다. 수영(8.1%)과 해운대(7.7%)가 신고가 행진 속에서 ‘불장’을 연출하며 상승 폭에서 선두 그룹을 형성한 반면, 영도(-1.2%) 기장(-1.0%) 사상(-0.7%) 사하(-0.7%) 북(-0.6%) 중(-0.1%) 등은 되레 아파트값이 떨어지며 부산 주택시장에서 소외되는 모습을 보였다.

강정규 동의대 부동산대학원장은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을 토대로 하면 부산의 주택시장을 기존의 동-서부산 등 양극 체체에서 상승(동부산)-안정(부산 중심부)-하향(원도심과 외곽)의 3개 그룹으로 세분화할 수 있다”며 “부동산 버블 붕괴 후 일본 부동산 시장의 특징적인 현상으로 자리 잡은 삼극화 현상이 부산 주택시장에서도 차츰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동부산, 매매가 높고 거래도 활발






우려스러운 것은 이들 3개 그룹간 아파트 가격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면서 이 같은 삼극화 현상이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2015년 기준으로 이들 3개 그룹의 3.3㎡당 아파트 매매가는 상승지역이 975만 원, 안정 838만 원, 하향 674만 원으로 그룹별 편차가 140만 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올해 8월 기준으로는 상승지역 1506만 원, 안정 1117만 원, 하향 821만 원으로, 그룹별 편차가 296만 원으로 5년 만에 2배 넘게 벌어졌다.

특징적인 현상으로는 매매가격이 높은 상승지역일 수록 아파트 거래가 활발하게 일어난다는 점이다. 지난해 1월 이후 구·군별 기존 아파트 대비 매매거래량 비율을 살펴보면 수영(12.0%), 남(10.8%) 해운대(9.9%) 금정(9.9%) 동래(9.8%) 연제(9.4%) 부산진(9.1%)이 10채 중 1채 꼴로 팔리며 잦은 손바뀜을 보였다. 반면 중(5.4%) 사상(5.6%) 기장(5.8%) 등은 거래량이 상승지역의 절반 수준에 그치며 매매 시장이 침체된 모습을 나타냈다.

상승지역일 수록 투자 수요를 중심으로 한 외지인 매입 비율이 높다는 점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전체 거래에서 부산 외 타지인이 차지하는 비율이 상승지역은 19.2%, 안정지역은 16.1%인 반면, 하향지역은 15.0%로 나타났다.

반면 매매가 대비 전세값 비율을 나타내는 전세가율은 상승지역일 수록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8월 기준으로 전세가율은 상승지역 50.2%, 안정지역 69.6%, 하향지역 70.9%로 단기간에 아파트값이 폭등한 상승지의 전세가율이 눈에 띄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상승지역의 경우 주거가치보다는 투자가치가 아파트 가격 결정에 더 크게 작용한다는 것을 방증하는 셈이다.

강 원장은 “매매가격이 비싼 동부산권에서 거래가 활발하다는 것은 아파트값이 비싸더라도 그 지역에서 살고 싶다거나 투자 수단으로 보유하겠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라며 “반면 낮은 매매가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침체돼 있는 하향지역의 경우 자산 가치 하락과 함께 동맥 경화 등 주택시장 불안이 심화 수 있어 부산의 지역별 불균형이 가속화하는 등 큰 폐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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