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말고 다른 데 가이소” 인적 끊긴 상가·거리 ‘적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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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에 휩싸인 만덕동

“여기 오지 말고 다른 데로 가이소. 평소 상가를 찾던 아줌마들도 웬만하면 집 밖으로 안 나오는 것 같네.”

6일 오전 11시 40분께 부산 북구 만덕동 한 아파트 상가 건물 1층에서 복도 청소를 하던 A(60·여) 씨는 인근 ‘그린코아 목욕탕’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늘어나자 상가 방문객의 발길이 뚝 끊겼다고 했다. 실제로 1층 마트를 오가는 주민은 겨우 손에 꼽을 정도로, 인적이 드물었다. 입구 쪽 분식집은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는데, 한쪽에는 ‘서로를 위하여 가급적 대화를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22명 무더기 확진 판정 여파
전국 최초 동 단위 ‘집합금지’
문 연 식당도 배달·포장 영업만
확산세 한풀 꺾여도 긴장 여전

추석 연휴에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셌던 만덕동에는 6일에도 여전히 불안감이 깔려 있었다. 그린코아 목욕탕 관련 15명 등 9월부터 지난 5일까지 22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여파가 채 가시지 않았다. 지난 2일 0시부터 부산시가 전국 최초로 동 단위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거리를 오가는 주민의 발길은 평소보다 줄었다.







야외보다 코로나19 확산 위험이 큰 일부 식당은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었다. 신만덕교차로 일대에서 배달이나 포장만 가능한 식당은 한 골목에서 3곳이나 찾을 수 있었다. 김밥집, 중국집, 보리밥집 등이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영업에 나선 모습이었다. 일부 식당은 추석 연휴 이후 영업을 재개하지 않은 듯했다. 일식점 등 문이 닫힌 몇몇 식당 입구에는 ‘행정명령 통지 알림문’이 그대로 붙어 있었다.

인근 상인들은 평소보다 신만덕교차로를 찾는 주민들 발길도 줄었다고 했다. 좌판을 펴고 채소를 파는 B(64·여) 씨는 “코로나19 때문인지 추석 이후에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사람이 오가는 교차로 등과 달리 학교와 공원 등지에는 적막함이 흘렀다. 동심초공원을 포함한 만덕동 작은 공원들은 완전히 인적이 끊긴 모습이었다. 행정명령에 따라 만덕동 공원 18곳을 폐쇄해 출입이 통제됐기 때문이다. 가끔 공원 입구를 찾는 경우도 있었지만, 운동기구 등이 테이프로 묶여 있는 모습에 발길을 돌리곤 했다. 대신 아파트 사이 산책로를 따라 걷는 주민은 종종 눈에 띄었다. 만덕동 주민 C 씨는 “마스크를 확실히 끼고 주변 산책로를 걷는 것으로 운동을 대체하고 있다”고 말했다.

만덕동 학교와 인근 지역도 마찬가지로 조용한 편이었다. 이날 낮 12시께 백양초등 운동장에서는 학생을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5일부터 만덕동 학교와 유치원 16곳 수업이 원격으로 전환된 결과다.

만덕동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어느 정도 줄어들었지만, 강화된 방역 작업은 계속되고 있었다. 이날 오전 북구 새마을협의회 회원 15명은 트럭 5대에 나눠탄 채 만덕1, 2, 3동 일대 방역에 나섰다. 만덕동 한 아파트 앞에서 만난 북구새마을협의회 좌종국 회장은 “확산세가 꺾이고 있어도 예방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봉사에 나섰다”며 “상가, 학원, 목욕탕 입구 등을 찾아다니며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구보건소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추석 연휴 만덕동에서만 1260명이 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데다 6일 기준 북구에서 757명이 자가격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구보건소 관계자는 “보건소에서 지난 5일 36명, 6일 오후 4시까지 54명이 검사를 받았다”며 “추석 연휴보다는 확산세가 꺾였으나 만덕동 등 북구에서 감염이 이어지지 않도록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글·사진=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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