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뭐했나” 피격 공무원 아들 편지에 곤혹스러운 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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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피격 해수부 공무원의 아들이 쓴 공개편지에 대해 “마음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서해상에서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공무원의 아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편지가 정치권에 커다란 파장을 낳고 있다.

야권은 공개편지를 인용하면서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진상규명에 나서라고 압박했고, 청와대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文 대통령 “나도 마음 아프다”
편지 도착하면 직접 답장 계획
야권 파상공세에 靑 대응책 부심
주호영 “대통령이 진상규명 해야”
하태경·유족, 유엔 차원 조사 추진


문 대통령은 6일 청와대 내부 회의에서 참모들로부터 공개편지에 대한 보고를 받은 뒤 “아버지를 잃은 아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면서 “해경이 여러 상황을 조사 중으로, 해경의 조사 및 수색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또한 “어머니, 동생과 함께 어려움을 견뎌 내기를 바라며 위로를 보낸다”고 했다.

해당 공무원의 아들은 문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편지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월북을 시도했다는 정부의 발표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명예를 회복시켜 줄 것을 호소했다. 특히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는 뼈아픈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공개편지는 아직 청와대에 도착하지 않았는데, 편지가 도착하는 대로 문 대통령이 직접 답장을 쓸 계획이라고 강 대변인은 밝혔다. 다만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답장 내용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해경의 조사·수색 결과를 기다려 보자’고 언급한 데 대해 “지난달 말 해경 발표는 중간조사 결과였다”며 “대통령의 오늘 언급은 최종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답변에 대해 야당은 ‘아들이 듣고 싶은 사실엔 고개를 돌렸다’면서 비판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 김은혜 대변인은 대통령의 답변과 관련, “월북의 근거인 양 평범한 가장의 빚만 들춘 해경의 조사결과를 듣자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사람을 죽이고도 큰소리치는 북한의 눈치를 보며 진행되는, 의미 없는 수색을 지켜보자는 게 나락에 빠진 유족에 대한 위로로 적절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포기를 종용하는 듯 한 허망한 위로를 듣고자 이 나라 대통령님께 어린 학생이 한 맺힌 편지를 올린 것은 아닐 것”이라며 “대통령은 가해자 편이 아닌 국민 편에 서 있어야 했다. 오늘도 여전히 대통령은 없었다”고 말했다.

공개편지를 인용하면서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진상을 밝힐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정감사 사전대책회의에서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는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의 물음에 대통령은 정직하게 답변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은 10년 전 천안함 사건 때에는 드러난 정보조차 믿지 않더니, 이제는 오히려 정보를 감추고 드러내려 하지 않고 있다”면서 국회 청문회를 통한 진상규명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주경 의원은 페이스북에 ‘단 한 사람의 국민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피살 공무원 아들의 편지를 함께 인용한 뒤 “문 대통령께 묻겠다. 내가 고난을 겪을 때 국가가 나를 구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응답하셨나”라고 적었다.

유엔 차원의 진상조사를 추진하자는 움직임도 나왔다.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이날 피살 공무원의 형 이래진 씨와 함께 서울 종로의 유엔북한인권사무소를 방문해 유엔의 진상조사를 촉구하는 유족의 서한을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에게 전달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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