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자기를 펼친다면 바로 이런 느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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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갤러리서 김근태 개인전

김근태의 ‘2018-155’. 데이트갤러리 제공

돌의 속성을 캔버스 위에 재현하다.

김근태 작가는 돌가루와 접착제를 섞은 유화 물감으로 작업한다. 묽은 재질의 물감을 캔버스 위에 붓고 캔버스를 상하좌우로 흔드는 방식을 사용한다. 묽은 물감을 듬뿍 발라 캔버스 측면으로 흘러내리게 하기도 한다. 돌가루가 섞인 정도에 따라 어찌 보면 거친 흙벽 같고, 어찌 보면 매끈한 석고 같은 그림이 캔버스 위에 남게 된다.

김근태 개인전 ‘숨, 결’이 오는 24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데이트갤러리에서 열린다. 김 작가의 작업은 1990년대 초반 경주 남산을 여행하며 본 석탑, 불상, 부조가 품고 있는 돌의 질감을 캔버스에 옮겨 보는 시도에서 시작한다. 김 작가는 물감의 상태를 주시하면서 캔버스를 움직인다. “석분(돌가루)의 속성을 존중했다”고 설명하는 작가와 물감이 서로 주파수를 맞춰 접점을 찾아낸 결과가 작품이 된다. 작가의 숨이 작품의 결로 이어진 것이다.

흡사 도자기 표면을 보는 것 같은 작품 앞에서 발이 멈춘다. 백자나 분청사기의 표면과 유사한 상태를 회화로 재현한 작업은 꽤 매력적이다. 도자기를 평면으로 펼쳐 놓고 보는 것 같은 새로운 경험을 준다. 서로 다른 색과 질감으로 표현한 소품 연작 10장은 투박하지만 온화하다. 황토가 머물고 흘러내린 것 같은 흔적, 매끈함에서 꺼끌꺼끌함까지 다양한 표정의 돌을 담아낸 작품은 관람객이 캔버스 옆면까지 들여다보게 한다. ▶김근태 개인전 ‘숨, 결’=24일까지 데이트갤러리. 051-758-9845.

오금아 기자 ch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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