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언택트 마라톤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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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마라톤에도 영향을 미쳤다.

무엇보다 도로 양옆에 길게 늘어선 관중의 환호성은 찾을 수 없었다. 도심 명소에서 힘차게 달리는 마라토너들의 긴 행렬도 없었다. 최근 열린 영국의 런던 마라톤이 그랬다. 올해 대회는 템스강이나 명소를 가르며 달리는 것이 아닌 버킹엄 궁전 앞 세인트 제임스 공원 주변에 2.1km 특설 코스를 마련, 이를 19.6바퀴 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올해로 40주년을 맞은 런던 마라톤엔 100여 명의 세계적인 선수들만이 직접 참가했고, 일반 참가자들은 특별히 제공된 앱을 활용해 세계 각지에서 코스를 선택해 달렸다. 길 양옆에서 펼쳐졌던 수많은 관중들의 환호 대신 런던 마라톤 코스 옆엔 역대 우승자와 엘리자베스 여왕 등의 사진을 담은 골판지 응원단이 선수를 응원했다.

흔히 마라톤을 외롭고 긴 싸움이라 했던가. 런던 마라톤은 말 그대로였다. 도심 응원단도 사라지고, 선수들은 공원만 빙빙 돌았으니 말이다.



그래도 런던 마라톤은 대회라도 치렀다. 124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보스턴 마라톤은 대회가 취소됐다. 런던, 로테르담, 뉴욕 마라톤과 함께 세계 4대 마라톤 대회 중 하나인 보스턴 마라톤은 당초 4월 20일 열릴 예정이었다가 코로나19 사태로 9월 14일로 연기됐다. 하지만 끝내 코로나19에 무릎 꿇고 말았다. 대회가 열리지 않는 것은 보스턴 마라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보스턴 마라톤은 1897년 첫 대회 이후 매년 개최됐다. 심지어 1918년 1차 세계대전 중에도 계주 형식으로 열렸다.

보스턴과 함께 미국 3대 마라톤 대회로 꼽히는 뉴욕, 시카고 마라톤도 대회가 줄줄이 취소됐다. 세계 4대 마라톤 대회 중 현재까지 런던 마라톤만 열린 셈이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코로나19를 다른 방식으로 돌파하는 마라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11월 2일부터 8일까지 7일간 언택트 레이스로 펼쳐지는 ‘2020 부산바다마라톤’도 그런 변화의 한 축이다. 앞서 대회 때는 부산 해운대 벡스코와 광안대교 일대를 달렸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달리기 앱을 통한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회 참가자는 어디라도 상관없이 자신만의 코스를 직접 디자인 또는 설계해 달리면 된다.

어차피 마라톤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어쩌면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딱 어울리는 스포츠가 ‘언택트 마라톤’ 일 수도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 맘껏 느끼며, 내가 뛰고 싶은 시간 자유롭게 선택해 달릴 수 있다는 게 어딘가? 정달식 라이프부장 do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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