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40. 짐 모리슨 ‘An American Pray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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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큰 성공 이후 음악 영화라는 단어가 일상에서 더 많이 친숙해지게 됐습니다. 생각해 보면 저에게는 올리버 스톤의 1991년 연출작 영화 ‘도어즈(Doors)’가 진지하게 관람한 첫 음악 영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즈음 저는 올리버 스톤의 작품에 푹 빠져 있었는데요. 특히 케네디 대통령 암살의 진실을 다룬 ‘JFK’는 세상에 대해 의문이 많았던 사춘기 소년에게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죠. 그래서 올리버 스톤의 연출작이라면 항상 극장을 찾던 시기지요. 그런 시기에 큰 스크린으로 관람했던 ‘영화 도어즈’는 지금까지 가장 강렬하게 남은 저만의 음악 영화가 되었습니다.



가끔 오래전 영화들을 볼 때면 지금의 사회적 가치나 이슈에 다소 동떨어지거나 맞지 않는 이야기들이 등장할 때가 꽤 많습니다. 그래서 과거에 좋은 평가를 남겼던 영화들도 현시대의 사회적 공감선과 감수성의 관점에선 빛을 바래는 것들도 많지 않나 싶습니다. 이 영화는 1967년 결성된 전설적인 록밴드 도어즈와 밴드 보컬리스트 짐 모리슨에 관한 영화입니다. 도어즈는 기존 질서와 문화를 거부해 많은 화제를 모았던 밴드이기에 개봉 당시에 많은 화제가 되었습니다.

이들의 일탈을 권위에 대한 도전과 타협 없는 청년 문화의 아름다움으로 바라본 올리버 스톤의 시각은 당시에 많은 호응을 얻었지요. 그러나 돌이켜 보면 젠더 이슈를 포함해 지금의 사회적 가치와 감수성의 측면에서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 것도 사실인 듯합니다. 그래서 평소에 이 영화를 누군가에게 권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학창 시절 음악가의 꿈에 불을 더 지피게 한 가장 강렬한 영화입니다. 지금까지도 마음 한구석을 항상 같이하는 영화이지요.

이 영화를 보고 도어즈의 음악에 더 빠져들었고 이들의 앨범을 전부 소장하게 됐습니다. 그중 지금까지도 제가 가장 좋아하는 앨범은 공교롭게도 짐 모리슨의 사후 앨범입니다. 그가 사망하고 7년이 지난 1978년 발매된 ‘An American Prayer’는 과거의 비공개 트랙과 함께 짐 모리슨의 음성을 도어즈 멤버들의 새 연주 음악에 실은 당시로써는 다소 낯선 앨범이었습니다. 1995년 다시 마스터링되어 출시되기도 했습니다.

시인이자 영화학도였던 짐 모리슨의 글과 음성이 도어즈의 새 음악과 만나 여기서 비로소 그의 삶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로 상당히 드라마틱합니다. 밴드의 편곡과 연주는 오히려 짐 모리슨과 함께했던 때의 앨범보다 더 멋집니다. 특히 밴드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오르간 연주자 레이 만자렉의 음악적 기량을 가장 확연히 만끽할 수 있는 앨범이지요.

‘로비 크리거’의 기타와 ‘존 덴스모어’의 드럼 연주는 그의 오르간 연주와 맞물려 화려한 리듬과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트랙 ‘Ghost Song’과 동명 타이틀 ‘An American Prayer’는 정말 좋아하는 음악인데요. 짐 모리슨 이외 멤버들도 얼마나 뛰어난 음악가였는지 재조명할 수 있는 보석 같은 음악들이지요.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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