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베를린’이 주목한 영화, 시네마 천국 부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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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2020] 월드 시네마

월드 시네마는 비아시아권 중견 감독 혹은 신인 감독의 국제영화제 수상작과 화제작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올해 북미를 필두로 한 영어권과 중남미·유럽 영화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다. 총 42편을 초청했다.

국제영화제 수상작 등 42편 초청
‘암모나이트’ ‘난 울지 않아’…
올해 칸 영화제 선정작 큰 관심
베를린영화제 특별언급상 받은
코미디 영화 ‘전원, 승차!’도 화제


■칸 2020 선정작

주목받는 화제작 중 하나는 프란시스 리 감독의 ‘암모나이트’다. 케이트 윈슬렛과 시얼샤 로넌의 호연이 돋보인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을 배경으로 여성 고생물학자 메리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화석 기념품을 팔며 생계를 이어 가던 중, 부유한 관광객의 아내 샬럿의 요양을 도와줄 것을 의뢰받게 된다. 둘은 처음에는 갈등하지만 서서히 서로에 대한 사랑을 깨닫는다.

‘비기닝’은 조지아 여성 감독 데아 클룸베가쉬빌리의 데뷔작으로 지난달 열린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 4관왕을 차지한 작품이다. 상상하지 못했던 복수가 벌어지는 파워풀한 연출로 상을 받을만했다는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의 평이다.

배우 비고 모텐슨은 데뷔작 ‘폴링’을 연출했을 뿐만 아니라 주연, 제작을 맡았고 각본까지 썼다. 시골 농장에서 혼자 살던 아버지가 치매 증상을 보이면서 아들(비고 모텐슨)이 아버지를 집에 모셔 오게 된다. 아들은 성소수자로 남자 파트너와 결혼했지만, 지독한 차별주의자인 아버지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 아버지의 삶을 돌아보면서 그도 구원받을 기회가 있었다는 사실을 안타까워한다.

‘가가린’은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의 이름을 따 1963년 건설된 파리 외곽의 집단주택단지다. 2019년 철거를 앞두고 이곳에 사는 16세 소년 유리의 시선으로 본 사회파 영화다. 두 감독의 데뷔작으로 다큐멘터리, SF적 요소가 혼재하는 독특한 작품이다.


‘난 울지 않아’

영국 거장 켄 로치나 벨기에 다르덴 형제 감독 작품의 팬이라면 ‘난 울지 않아’를 주목할 만하다. 폴란드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로 일하던 아버지가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하면서,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17세 딸이 아일랜드로 떠난다. 보상금을 기대하며 갔지만 사고였다며 회사는 보상하지 않으려 한다. 돈이 목적인 여행이었지만, 그곳에서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세상과 맞서는 법을 배운다.

프랑스 영화 ‘슬라롬’은 15세 스키선수 리즈와 그를 가르치는 챔피언 출신의 코치 프레드의 이야기다. 둘은 점점 가까워지면서 프레드는 리즈에게 육체적 관계를 요구하게 되고, 리즈는 프레드를 좋아하는 건지 아닌지 헷갈려 한다. 위계에 따른 그루밍 성폭력을 밀도 있게 보여 준다.



■국제영화제 수상작과 화제작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부르한 쿠르바니 감독의 독일 영화 ‘베를린 알렉산더 광장’은 알프레드 되블린의 1929년작 동명의 소설을 각색해 현대화한 작품이다. ‘뉴 저먼 시네마’ 바람을 일으킨 거장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감독이 8부작 TV 시리즈로 각색한 걸출한 작품을 내놨기 때문에 감히 영화화 엄두를 내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쿠르바니 감독은 이 작품을 성공적으로 현대화했다. 말리 불법 이민자와 마약상이 만나면서 시작되는 불행을 다룬다. 베를린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다.

베를린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 특별언급상을 받은 ‘전원, 승차!’는 중견 감독 기욤 브락의 신작이다. 파리에서 우연히 만난 남녀가 첫눈에 반해 하룻밤을 보낸다. 가족과 남프랑스로 휴가를 떠난 여주인공 알마를 만나기 위해 펠릭스도 남프랑스로 향한다. 둘은 인종도 다르고 집안 사정도 차이 난다. 인종 차별, 빈부 격차 같은 사회적인 주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도, 이를 유쾌하게 풀어낸 코미디 영화다.

‘라 포르탈레사’

베네수엘라 영화 ‘라 포르탈레사’는 아마존 정글을 배경으로 사실과 허구의 경계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감독과 아버지의 자전적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감독의 아버지가 주연 배우를 맡아 훌륭한 연기를 선보인다. 이야기의 흐름보다는 알코올 중독자 캐릭터의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연출에 더 집중했다.

중남미에서는 뉴 웨이브라고 칭해도 될 정도로 칠레 영화가 약진하고 있다. ‘나의 사랑스러운 혁명가’는 피노체트 군부가 집권한 1980년대 산티아고에서 혁명을 준비하는 게릴라 요원 카를로스와 크로스드레서 퀸의 이야기다. 퀴어 무비라는 점을 제외하면 한국영화 ‘1987’(2017)과 비슷한 정서를 깔고 있다. 베니스영화제 베니스데이즈 초청작이다.


‘노웨어 스페셜’

우베르토 파솔리니 감독의 ‘노웨어 스페셜’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다.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가 홀로 남게 될 아들을 입양할 가족을 찾는다. 영화 ‘007’ 시리즈의 차세대 본드 후보 중 한 사람인 제임스 노튼과 아역 다니엘 라몬트의 연기가 훌륭하다. 베니스영화제 오리종티(공식 경쟁) 부문 초청작이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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