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친화적·작품성 뛰어난 쟁쟁한 작품 ‘라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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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BIFF] 아시아 영화의 창/뉴 커런츠

동남아·서남아 신인 감독들
완성도 높은 신작 들고 인사
■아시아 영화의 창

아시아 중견 감독과 신인 감독의 신작과 화제작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아시아 신인 감독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영화산업의 침체 상황 속에서도 완성도 높은 신작을 만들었다. 그 영향으로 올해 BIFF의 라인업이 더 든든해졌다.

박성호 프로그래머는 “동남아시아와 서아시아에서는 관객 친화적 영화가 늘어난 경향을 보인다. 예전의 복잡한 구성과 달리 현실에 가까운 단순한 구조로 편하게 볼 수 있게 연출했고, 중동 영화는 사실·사건에 기반한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이란 에브라힘 이라자드 감독이 연출한 ‘거미의 독’은 평범한 40대 가장이 살인마로 변모하는 과정을 다룬다. 충격적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그릇된 신념과 여성 혐오가 빚어낸 참극을 보여 준다.


 ‘너를 정리하는 법’

태국 영화 ‘너를 정리하는 법’은 뉴 커런츠상을 수상하는 등 BIFF에 여러 번 소개된 나와폰 탐롱라타라닛 감독이 연출했다. 미니멀리즘 신봉자가 돼 사정없이 물건을 버리는 진을 통해 사물에 깃든 사람과의 관계를 되돌아보는 작품이다. 캐시 우엔 감독의 ‘은밀한’은 지난해 베트남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300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낸 작품이다. 심야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킴이 성폭력에 시달리는 청취자를 구조해 집에 데려오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범죄·서스펜스·LGBT 등 다양한 소재가 함께하는 색다른 결을 가진 영화다.

‘사탄은 없다’는 표현과 창작의 자유를 위해 정진하는 모함마드 라술로프 감독의 정신을 느낄 수 있는 이란 영화다. 2010년에도 영화 작업으로 6년형을 받았던 감독은 올해도 다시 구금형을 선고받고 법정 투쟁 중이다. 교수형 모습은 아주 사실적으로 묘사하면서도 사형집행인의 내적 갈등은 사색적으로 표현한다. 사형제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오랫동안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무거운 현실을 보여 주는 인도 영화 ‘사탕수수의 맛’도 시선을 끈다. BIFF에 처음 초청된 아난스 나라얀 마하데반 감독의 작품으로 지석상 후보작이다. 화장실이 없는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들은 월경으로 쉬면 벌금을 내야 한다. 가난한 여성 노동자들이 자궁 적출을 선택하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 여성의 열악한 노동 환경과 이를 방조하는 국가 시스템의 공모를 탄탄한 시나리오로 고발한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힘든 시기에 관객에게 잠시 이국의 정취를 느끼게 하는 작품도 있다. 캄보디아 제세 미셀리 감독의 ‘프놈펜 스토리’는 시골 청년들의 프놈펜 적응기로 여러 세대가 어울려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엠 가니 감독의 ‘마토의 자전거’는 색이 아름다운 작품이다. 인도 독립영화계의 거장 프로듀서 프라카시 자가 주연을 맡아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대만 조셉 첸-치 수 감독 ‘고독의 맛’과 일본 오키타 슈이치 감독 ‘그래, 혼자서 간다’는 고령화 시대를 다룬다. 두 영화 모두 70대 할머니가 주인공이다. 일본 이시이 유야 감독의 ‘우리가 말하지 않는 것’과 인도 사날 쿠마르 사시다란 감독의 ‘위험한 등반’은 공감과 웃음을 주는 작품이다.


스토리 탄탄한 작품들 많아
프로그래머들도 예측 불가
■뉴 커런츠

제25회 BIFF 뉴 커런츠상은 어떤 작품이 받을 것인가. 박선영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머들도 그 결과를 궁금해 할 정도로 뉴 커런츠 부문은 작품성이 뛰어난 쟁쟁한 영화들로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최선의 삶’ 이우정 감독과 ‘휴가’ 이란희 감독은 여성 감독이면서 국내 독립영화계에서 배우를 겸해 왔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최선의 삶’은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것으로 소셜미디어에서도 기대가 컸던 작품이다. ‘휴가’는 법으로도 복직이 불가능해진 중년 남성 노동자를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이다.


일본 하루모토 유지로 감독의 ‘유코의 평형추’는 청소년 문제를 찍는 다큐멘터리 감독이면서 아버지를 도와 보습학원에서 강의를 하는 유코의 이야기를 다룬다. 주인공이 직업 윤리와 가족과의 관계 속에서 겪는 선택의 문제를 탄탄한 스토리로 쌓아 올린 작품이다.

거리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인도 영화 ‘하라미’도 스토리 라인이 탄탄하다. CF 감독 출신인 샤이엠 마디라주 감독이 이끌어 낸 감각적 촬영도 돋보인다. 중국 한슈아이 감독의 ‘희미한 여름’과 네팔 수지트 비다리 감독의 ‘유리창의 나비’는 둘 다 열세 살 소녀의 성장기다. 사춘기 문턱에 들어선 아이들이 마주한 변화를 담담하고 따듯하게 다룬다.

아르메니아 아람 샤흐바잔 감독의 ‘언덕 위의 소녀’와 아제르바이잔 엘빈 아디고젤 감독의 ‘함정도시’는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장애, 여성, 차별, 소시민의 욕망 등을 보여 준다. 고려인 4세인 박루슬란 감독의 ‘쓰리’는 소비에트연방 치하의 카자흐스탄을 배경으로 살인, 식인 등 엽기적인 사건을 추적하는 인턴 수사관을 통해 국가 시스템의 허상을 그렸다.



미얀마 영화 ‘개와 정승 사이’는 영화를 만드는 영화인을 다룬다. 마옹 순 감독의 데뷔작으로 신인 감독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넘어야 하는 험난한 현실을 풍자했다. 고군분투하는 영화인들이 있어 영화의 즐거움이 존재함을 전하는 작품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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