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자체가 역사인 거장의 따끈따끈한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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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회 BIFF] 아이콘

아이콘은 이 시대 거장 감독들의 신작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믿고 보는’ 유명 감독의 따끈따끈한 새 작품이 여럿 이름을 올렸다. 지역과 성별, 장르를 뛰어넘는 14편의 신작들로 꾸며져 취향에 따라 골라보는 재미가 있다.

올해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약진이 매우 두드러진다.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과 지아장커 감독, 하라 가즈오 감독, 오손 웰즈 감독 등이 현실에 기반을 둔 다큐멘터리로 관객을 찾는다. 거장의 날카로운 시선과 섬세한 연출이 현실 사회에 닿을 때 더욱더 세지는 영화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아흔 살 프레데릭 와이즈먼 비롯
시대를 대표하는 감독 신작 14편
현실에 기반한 다큐멘터리 강세
홍상수 작품 등 영화제 수상작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영화 ‘퍼스트 카우’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기’ ‘태양의 아이들’ ‘도망친 여자’ ‘눈물의 소금’. BIFF 제공

미국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의 ‘시티홀’은 시청 공무원의 일상을 꼼꼼히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지난 50여 년간 학교, 발레단, 미술관 등 다양한 기관의 매커니즘을 카메라에 담아 온 아흔 살 노장이 이번엔 시청 공무원에 주목했다. 전작인 ‘라 당스’(2009) ‘내셔널 갤러리’(2014) ‘뉴욕 라이브러리에서’(2017)처럼 내레이션을 배제하고 시청 공무원들이 일하는 모습을 묵묵히 비춘다.

중국 영화의 거장 지아장커 감독이 10년 만에 내놓은 다큐멘터리 영화 ‘먼바다까지 헤엄쳐 가기’도 단연 눈길을 끈다. 감독이 선보인 중국 예술 다큐멘터리 3부작의 마지막 이야기다. 앞서 회화를 다룬 ‘동’과 패션 디자인을 매만진 ‘무용’에 이어 이번엔 ‘문학’을 조명했다.

이번 작품은 고향으로 돌아가 문학제에 참석한 감독이 1949년 이후 중국 역사를 반추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급변하는 중국의 현대사와 더불어 지난날을 되돌아보는 감독의 사적 감성을 영화에서 엿볼 수 있다.

일본 다큐멘터리계 대부인 하라 가즈오 감독의 ‘미나마타 만다라’도 주목할만하다. 감독은 신작에서 일본 구마모토현 미나마타시에서 집단 발생한 ‘미나마타병’ 피해에 주목했다. 전작인 ‘천황의 군대는 진군한다’(1987) ‘센넨 석면 피해 배상소송’(2017) 등 사회 문제에 주목했던 감독은 이번에도 거대 권력에 맞선 이들의 모습을 비추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영화는 공해병인 수은 중독 환자들을 정치적으로 해결한 정부에 반기를 든다. 여기에 고유한 개성을 지닌 개인의 삶까지 섬세하게 담아내 현실적인 느낌을 더했다.

영화 ‘호퍼/웰즈’는 미국 거장 감독 오손 웰즈의 작품이다. ‘이지라이더’(1969)로 뉴 할리우드 시대를 연 데니스 호퍼 감독과 ‘시민 케인’(1941)으로 고전기 할리우드 문법을 바꾼 오손 웰즈의 솔직한 대화가 다큐멘터리의 주요 내용이다. 두 사람은 성, 폭력, 기독교, 해방, 정치, 영화배우 등 여러 가지 주제의 이야기를 나누며 당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한다. 흑백 화면 뒤로 자리해 영화의 정취를 더하는 벽난로와 램프, 술잔 등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다.

베를린·베니스(베네치아) 등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일찌감치 인정을 받은 작품도 가득 준비됐다. 주요 영화제 경쟁 부문 초청작부터 수상작까지 다채로운 영화들이 이 섹션에서 관객을 만난다.

한국 작품 한 편도 ‘아이콘 섹션’에 이름을 올렸다. 홍상수 감독의 ‘도망친 여자’는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인 ‘은곰상’을 받았다. 감독 특유의 간결한 서사와 단순한 구성이 눈에 띈다. 일상적인 이야기로 보편적 공감을 끌어냈고, 여성 중심 서사로 신선함을 더한 게 특징이다. 사회적 이슈부터 근본적인 물음까지 반복과 은유 등 언어의 변주를 통해 작품을 잔잔하지만 날카롭게 그렸다.

미셸 프랑코 감독의 ‘뉴 오더’는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디스토피아적 미래의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영화로, 감독은 결말을 통해 이 세계에는 승자도 패자도 없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스크린 속 세계는 당대를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사색의 시간을 전하기도 한다.

베니스영화제에서 심사위원특별상을 차지한 ‘친애하는 동지들!’도 공개된다. 러시아 거장 안드레이 콘찰로프스키 감독의 신작이다. 감독은 1960년대 러시아 노동자들이 집단 항의를 하다 총에 맞아 숨졌지만 정부가 은폐한 사건을 영화로 빚었다.

이란의 마지드 마지디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태양의 아이들’은 베니스영화제 신인배우상을 거머쥔 작품이다. 가족의 생존에 보탬이 되려고 작은 범죄를 마다하지 않는 열두 살 소년 알리가 주인공이다. ‘천국의 아이들’(1997) ‘참새들의 합창’(2008) 등으로 잘 알려진 감독의 최신작이다. 감독 특유의 따뜻한 시선으로 아이의 꿈과 성장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냈다. 이 작품으로 신인배우상을 받은 주인공들의 천진한 연기는 영화의 백미다.

영화 ‘어나더 라운드’는 덴마크 거장 토마스 빈터베르크의 신작이다. 감독은 ‘셀레브레이션’(1998) ‘더 헌트’(2012) 등으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상과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인물. 고등학교 선생님인 네 명의 친구가 술의 도움으로 예상치 못한 생활의 변화를 겪는 내용이다. 이 영화로 산세바스찬영화제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주연 배우 메즈 미켈슨의 내면 연기는 영화의 깊이를 더한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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