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소 잃고도 외양간 안 고치는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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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선 부동산팀장

행여 놓친 떡이라 더 커 보이는 건 아닐까. 지난달 24일 경기도 시흥시 웨이브파크를 둘러보면서 부러움과 아쉬움 속에 스스로에게 계속 되물었다. 그러나 객관적으로 행정, 정치 등 여러 측면에서 부산과 비교됐다. 부산시는 냉정하게 이 사안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기사(부산일보 지난달 30일 자 5면)에 못 다 한 이야기를 마저 풀어보려 한다.

웨이브파크는 시화호 북동쪽 끝에 들어선 해양레저시설이다. 매립지인 시화MTV(멀티테크노밸리) 택지개발지구 16만㎡에 지난 7일 문을 열었다. 지난해 5월 2일 착공했으니 불과 17개월 만이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3조 5000억 원. 20년간 8조 8000억 원의 생산유발과 5만 4000명의 고용유발이 기대된다. 이 사업을 진행한 곳은 송도케이블카를 운영하는 대원플러스건설이다. 부산 향토 건설사는 웨이브파크라는 법인도 만들었다. 현재 직원이 200명 정도고 앞으로 더 뽑는다. 매립지에는 아쿠아펫랜드, 해양생태과학관, 마리나 시설, 복합쇼핑몰도 들어선다. 2024년께 다 완공된다. 웨이브파크에는 광주은행 현금자동지급기가 있다. 이 은행이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시흥 웨이브파크 생산·고용 효과 톡톡
오시리아 무산 뒤 부산 기업 발길 돌려
관광 활성화 위해 투자 환경 만들어야

이 사업은 부산이 ‘놓친 떡’이다. 대원플러스건설이 2016년 부산시에 먼저 제안했던 것이다. 오시리아관광단지에 지으려고 했는데 2년 6개월 동안 논의만 하다가 무산됐다. 마침 경기도에서 최 회장을 찾아와 투자를 제안했다. 부산에는 왜 이런 시설을 못 지을까. 거대한 인공 파도와 서퍼들을 보며 든 생각이다. 해양수도라고 자부하고, 관광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곳이 부산 아니던가. 지난해 11월 26일 당시 윤준호 국회의원(해운대 기장을)이 국회에서 연 토론회에서 ‘해양레저관광 활성화’의 좋은 사례로 소개됐다. 발표자는 5년 동안 이 업무만 보는 6급 공무원이었다.

웨이브파크를 유치한 시흥시는 큰그림을 그린다. 산업도시 이미지를 벗고 해양레저 도시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레저, 관광, 의료, 첨단산업이 어우러진 한국형 ‘골든코스트’(월곶~시화MTV 10㎞)를 꿈꾼다. 그렇다고 시흥시에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트렌드를 읽고, 규제를 풀어 사업이 되게끔 했다. 적극적인 행정 지원을 파도 삼아 부산의 디벨로퍼는 자기 실력을 맘껏 펼쳐보였다. 지원의 맨 앞에 시흥시장이 있다. 민주당 소속 임병택(46) 시장은 수시로 최 회장에게 전화를 해 필요한 게 없는지 묻는다. 시화MTV에 다른 투자도 유치했다. 초선의 임 시장은 전국 최연소고, 경기도 최다 득표를 했다. 잘은 몰라도 앞으로 웨이브파크가 젊은 정치인의 자산이 될 듯 싶다.

부산에 추진하려던 이 사업이 무산된 것은 오거돈 시장이 취임한 이후다. 거칠게 표현하면 국토균형발전을 외치던 부산시가 절호의 기회를 수도권으로 걷어찬 셈이다. 민선 7기 시정은 대체로 기업인들을 적폐로 취급하고, 개발 사업은 색안경을 끼고 봤다. ‘엘시티’의 그늘이다. ‘공공성 강화’라는 명분에 짓눌려 부산은 점점 활력을 잃어간다. 웨이브파크에 대한 시민들의 아쉬움은 기사 댓글에서 엿볼 수 있었다. “차려준 밥상을 걷어찼네” “관광도시 일자리는 없고 젊은이는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도시” “아파트만 짓지 말고 이런 것 좀 하자” “탁상공론만 하는 안일한 행정”…. 지난 7일 개장식에 갔던 부산 기업인들도 이구동성으로 부산시를 비판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가 있다. 올 추석 전에 <부산일보>가 다음 부산시장에 대한 바람을 물었더니 시민 2명 중 1명꼴로 ‘경제 살리기’를 꼽았다. 지난해 5월 웨이브파크 착공식 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문화와 레저,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진다”며 “이 사업은 기업에게는 기회와 이익의 장이, 지역에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출장 때 차에서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곤 한다. 이 지사 말마따나 기업인은 기회와 이익이 있다면 고생도 마다않는다. ‘우리는 미래를 만든다’. 대원플러스건설의 이 사훈은 웨이브파크에도 걸려 있다. 기업을 빼놓고 경제 살리기가 가능할까? 시민과 기업의 이익을 조율하는 것이 바로 행정의 역할이다.

부산은 올 1월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됐다. 부산시는 현재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산업구조 개편에 실패하면서 늪에 빠진 지역경제의 활로를 관광에서 찾아보겠다는 것이다. 지난 7일 열린 웨이브파크 개장식을 앞두고 양양, 통영 등 전국 지자체에서 최 회장에게 연락해 왔다고 한다. 땅을 제공할 테니 자기들과도 사업을 하자는 것이다. 그렇다면 부산은? 12일 오전, 최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혹시 부산시에서 연락왔더냐고 물었다. 답은 “아직 없다”였다. 부산시는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않는 것일까. 실패에서 배우지 않는 것이 진짜 실패다. 


m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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