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사법원 설치로 입장 바꾼 대법원… 더 큰 과제는 부산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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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전담해 처리하는 해사법원 설치를 결정했다. 국외로 유출되던 해사소송 관련 비용이 국내 법률시장으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국내 첫 해사법원은 반드시 부산에 유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

12일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최근 신규 전문법원 설립 시 해사법원과 노동법원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또, 해사법원 등 특별법원을 설치안을 법원행정처가 검토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 “해사법원·노동법원 검토”
전향적 자세에 해운업계 기대감
입지 논쟁 본격적으로 전개될 듯
서울·인천보다 부산이 경쟁력

해사법원 설립은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논의됐으나 법원 설립 주체인 대법원이 소극적으로 나와 관련 법안이 모두 폐기됐다. 그러나 지난달 25일 사법행정자문회의에서 대법원의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뀌었다. 법조계는 해사법원 등 특별법원 설치안을 대법원장이 검토한 뒤 국회에 법안 의견을 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사법원이 없어 현재 국내에서 발생하는 해사사건도 외국에 있는 중재소나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사법행정자문회의 산하 사법정책분과위원회는 국내 발생 해사사건을 해외 중재소와 법원에서 처리하면서 유출되는 법률비용만 매년 3000억 원으로 추정했다.일반 법원에서는 전문성이 부족해 소송 당사자들이 국외라도 전문성을 갖춘 중재소를 택하거나 국내와 해외 변호사를 이중으로 선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해사법원이 설치되면 국내외 해상운송과 용선 등 해운업 관련 사건 등을 전담하게 되면서 글로벌 법률 시장의 중심지가 된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고등법원이 있는 항구도시인 부산이 해사법원을 유치해야 한다는 여론도 비등한다. 동해와 남해를 동시에 아우르는 환경에 동남권 신공항 사업 추진에 대한 이익 창출에도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해사법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왔던 부산지역에서는 대법원의 해사법원 설립 추진 움직임이 가시화되자 이를 환영하면서도 곧바로 입지를 부산으로 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한상사중재원의 해사 중재 전담기구인 아태해사중재센터 서영화 의장은 “해운항만업계는 물론 법조계에서도 해사 전문 법원 설립이 숙원이었는데, 늦었지만 대법원이 해사법원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니 반가운 소식”이라며 “곡절 끝에 신설하는 해사법원이 해운 기업과 국내 화주들 본사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이유로 서울이나 인천에 설립된다면 지역 균형 발전 측면에서의 효과는 전혀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서 의장은 “국내 수출입·환적 화물 물동량 절반 이상이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에서 처리되고, 사고나 분쟁이 일어나는 현장도 부산항 주변일 수밖에 없다”며 “아태해사중재원이 설치된 부산에 해사법원이 함께 설립되면 분쟁 당사자들로서도 소송과 중재 중 선택하기가 훨씬 수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사법학회 최석윤 회장(한국해양대 해양경찰학과 교수)도 “해사법원 설립 쪽으로 대법원이 방향을 틀었으니 이제 곧바로 해사법원을 어디에 세울지가 최대 논쟁거리로 부상할 것”이라며 “비록 해운 기업 본사가 수도권에 있다 하더라도 소송 당사자 상당수가 부산에 모여 있다는 점을 반드시 감안해 부산에 설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해사 분쟁에는 기업 간 분쟁도 있지만, 해양 관련 공공기관의 행정적·형사적 제재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도 많기 때문에 해양 관련 공공기관이 밀집한 부산의 강점이 크고, 소송에 참여해 진술하는 현장 실무자 대다수가 부산에 있어 해사법원이 부산에 있어야 소송 참여와 업무를 병행하기에 무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호진·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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