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에게 듣는다] 12. 뇌혈관 질환 / 정영균 부산백병원 신경외과 교수(영상)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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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관문합술, 뇌경색 환자 사망률 크게 줄여”

정영균 신경외과 교수가 뇌동맥류 환자의 머리를 열고 뇌혈관을 묶는 수술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정영균 신경외과 교수가 뇌동맥류 환자의 머리를 열고 뇌혈관을 묶는 수술을 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백병원 신경외과 정영균 교수는 급성 뇌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두개강 내외 혈관문합술을 2007년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지금은 모든 대학병원에서 이 수술을 따라 하고 있다. 뇌동맥류 수술 실적이 전국에서도 손에 꼽힌다. 정영균 교수팀은 최근까지 개두술 기준으로 6000회를 넘겼다. 뇌혈관 수술은 직접 하고 머리를 열지 않고 혈관 내 치료(인터벤션)로 가능한 환자는 영상의학과와 협업한다.


뇌경색 골든 타임 12시간까지 연장

빨리 내원할수록 2차 손상 줄일 수 있어

혈관 내 치료, 영상의학과와 협업

고혈압·당뇨 ‘주의’ 금연·금주 ‘필수’


-대표적인 뇌혈관 질환은 어떤 게 있는지 설명해 달라.

“뇌혈관 질환은 뇌경색과 같은 허혈성 뇌혈관 질환이 85% 정도, 뇌출혈이 15% 정도를 차지한다. 출혈성 뇌혈관 질환에는 고혈압성 뇌출혈, 뇌동맥류, 뇌동정맥 기형, 모야모야병 등이 있다. 허혈성 뇌혈관 질환은 혈관이 좁아져서 순환하는 혈액의 양이 줄고 속도가 느려져서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와 혈관이 막혀 뇌경색이 오는 경우로 나뉠 수 있다.”


-뇌혈관 질환은 시간과 싸움이다. 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골든타임이 길어지고 있다는데.

“골든 타임은 환자가 시간 내에 응급실에 도착했을 경우 치료 효과가 가장 확실한 혈관 내 혈전제거술을 시행 받을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이 시간 내에 치료가 이루어져야 환자의 안정성과 치료 효과를 보장할 수 있다. 뇌경색의 골든 타임은 이전에 4.5시간에서 6시간, 현재는 12시간까지 연장이 됐다. 이른 시기에 내원할수록 치료 결과가 더 좋을 여지가 많다. 뇌출혈도 빨리 내원할수록 2차 손상을 줄일 수가 있어서 치료 결과가 더 좋다.”


-급성 뇌경색 환자에게 시행하는 두개강 내외 혈관문합술은 어떤 수술이며 효과는 어떤지.

“혈관이 막힌 부위 뒤쪽으로 피가 통하지 않을 때 정상 혈관을 연결해 혈류가 돌게 하는 수술이다. 국내에서 제가 최초로 발표하였는데 2007년부터 시작했고 2015년 약 35례를 발표하였다. 당시에는 수술의 찬반 논란이 거세었는데, 지금은 거의 모든 대학병원과 혈관 수술 병원에서 시행하고 있다. 우리 병원에서 2010년부터 뇌혈관 문합술 워크숍을 신경외과 의사를 대상으로 매년 해오고 있다.”


-두개강 내외 혈관문합술의 성적은 어느 정도이며 부작용은 없나.

“60세 이상의 환자에서 악성 뇌경색이 생기면 50% 정도가 사망한다. 이 치료를 받으면 사망률이 40% 정도가 낮아져 10% 수준으로 크게 떨어진다. 혈관 크기가 뇌혈관에서도 작기 때문에 출혈이 발생하는 부작용은 거의 없다. 제일 좋아지는 증상은 환자 의식이 회복되는 것이다. 팔다리의 힘이 회복되지 않은 경우가 제법 있다. 또 치료가 너무 늦게 시행되거나, 빨리 진행되는 뇌경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아 두개골 감압술을 같이 하는 경우도 있다.”


-미세뇌혈관 수술은 외과 파트 중에서도 고난도 수술로 알려져 있다. 특히 어떤 부분이 까다로운가.

“직경 약 1mm의 동맥을 연결하는 수술을 할 때 머리카락의 약 10분의 1 정도 굵기의 실로 10~14 바늘 정도를 깁는다. 현미경으로 10~20배 확대해서 수술하는데 정상 뇌 부위를 다치지 않고 접근해야 한다. 해부학적 미세 구조를 알아야 하는 것이 중요하며, 작은 손상도 심각한 뇌 기능 장애를 초래할 수 있어 굉장히 긴장한 상태에서 수술에 임한다.”


-뇌동맥류는 어떤 질환이며 어떻게 치료하나.

“ 뇌동맥류는 정상의 혈관 중 일부분의 벽이 약해져서 그 부위가 꽈리처럼 부풀어 올라 혈압이 상승하면서 파열되는 병이다. 파열될 경우 30% 안팎으로 사망에 이르며 나머지도 심각한 손상을 남기는 경우가 많다. 수술은 이 동맥류의 입구를 피가 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파열을 막는다. 특별히 고안된 티타늄 클립으로 동맥류의 목 부분, 즉 입구를 꽉 눌려 잡아주고 정상 혈류는 유지하게 한다. 이런 방법으로도 안 될 때는 동맥류가 있는 정상 혈관을 막아버리고 그 아래위로 새로운 혈관 (팔의 요골 동맥이나 다리 정맥)을 이어 붙여준다.”


-부산·경남 최초로 뇌동맥류 수술 5000례를 달성했다고 하는데 그동안 실적은 어느 정도인가.

“저의 스승이신 고(故) 심재홍 교수님께서 2005년 은퇴할 때 약 3000례 수술을 하셨고, 그 후 2015년 5000례, 2020년 8월 6000례를 시행했다. 머리를 여는 개두술을 비교한다면 서울의 빅5 병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두개골을 열지 않고 혈관 내 치료를 시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최근에는 혈관 내 치료가 개두술보다 더 많이 한다. 장비의 발달로 더 많이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병원도 일반적인 뇌동맥류 치료 원칙은 혈관 내 시술을 먼저 고려하고 이것이 어렵거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개두술을 시행한다. 10명 중에 6~7명은 혈관 내 치료를 하는데 영상의학과와 협업한다. 우리 병원도 개두술보다는 혈관 내 수술이 점차 더 많아지는 편이다.”


-부산은 특히 뇌혈관질환 발병률이 높은 지역이다. 뇌혈관 질환의 예방을 위해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뇌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의 발생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금연과 금주가 중요하다. 혈관 벽이 느슨해지면 뇌출혈이 생길 수 있고 동맥류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혈관 벽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영양소가 관심을 받고 있는데 비타민 C와 단백질이 대표적이다. 동맥 경화증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 가까운 병원을 찾아 도움을 받기 바란다. 그리고 혈관이 약해지는데 작용하는 약은 주의해야 한다. 아스피린과 기타 항혈소판제가 그런 종류다. 뇌혈관질환이 있는 경우 항혈소판제를 장기간 복용하는 것은 좋지 않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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