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항 재개발로 갈 곳 잃은 허치슨 ‘부산항 오리알’ 되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항 자성대부두를 운영하는 한국허치슨터미널이 ‘부산항 오리알’이 될 위기에 처했다. 2023년 계약 만료 후 북항 대체 부두 유력 후보지였던 신선대·감만부두 선석 일부가 임대계약 갱신으로 부산항터미널(BPT)에 돌아가면서 현실적으로 대체 부두 확보가 사실상 어렵게 됐다. 허치슨터미널 측은 항만당국에 자성대부두에 대한 계약권리를 주장하는 법적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으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22년 기존 자성대부두 계약 만료
감만부두 3개 선석 대체 부두 논의
1개 BPT로 귀속되며 ‘대체’ 무산
허치슨 계약 연장 등 소송전 내비춰

북항 운영사 통합 무산 후 부산항만공사가 기존 신선대·감만부두 운영사에 선석 1개를 추가 배정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허치슨터미널은 갈 곳을 잃게 됐다. 사진은 허치슨이 운영하는 자성대부두.  부산일보DB


부산항 북항 신선대·감만부두를 운영하는 BPT와 부산항만공사(BPA)는 감만부두 1개 선석을 BPT가 추가 운영하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달 체결했다. 지난 5월 BPT 측이 감만부두 9개 선석 권리 확인소송을 낸 (<부산일보> 7월 27일 자 16면 보도) 후 지속됐던 갈등이 BPT가 추가 1개 선석만 제공받는 것으로 봉합된 것이다. BPA와 BPT는 2016년 BPT 통합법인 출범 후 맺은 선석 임대 계약서를 수정했다. 수정된 주계약서에는 BPA가 BPT에 7개 선석을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BPT가 이용하는 선석이 6개에서 1개 늘어난 것이다. BPT는 2016년 계약 내용에 ‘감만부두 선석에 대한 권리를 BPT가 갖는다’는 내용을 근거로 지난 5월 BPA를 상대로 한 선석 권리 확인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BPA 관계자는 “BPT가 2016년 계약 당시보다 물동량이 65만TEU(20피트 컨테이너 단위)가량 늘어 통상 1개 선석 처리 용량 60만TEU를 기준으로 추가 1개 선석을 제공하는 것으로 계약을 수정했다”고 밝혔다. BPT의 임대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다.

BPA와 BPT의 계약서 수정으로 양측 갈등은 봉합됐지만 ‘불똥’이 인근 자성대부두 허치슨터미널로 튀었다. 항만당국은 “북항 재개발로 폐쇄되는 자성대부두 운영사 허치슨터미널에게 원칙적으로 대체 선석 제공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그동안 업계에서는 신선대·감만부두 유휴 선석 3개를 자성대부두 폐쇄 후 허치슨터미널에 제공할 것으로 예상해왔다.

허치슨터미널은 항만당국에 지속적으로 대체 선석 제공을 요구했다. 북항 내에 유휴선석이 현재 없고 자성대부두 선석이 4.1개인데 신선대·감만부두와 신감만부두에서 3개 선석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BPT가 1개 선석을 가져가면서 남은 선석이 2개만 남게 돼 대체선석 제공은 사실상 물건너가게 됐다. 허치슨터미널도 2개 선석으로는 부두 운영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2년여 뒤로 다가온 허치슨터미널의 자성대부두 계약 만료 문제가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허치슨터미널 측은 대체부두 제공이 불가능해진 만큼, 계약 연장 권리에 따라 2049년까지 부두 운영권이 있다는 것을 주장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항만당국 입장에서는 지난 7월 허치슨 터미널의 운영 기한을 2022년 연말까지로 1년 연장하며 급한 불은 끄고 불과 몇 개월 만에 다시 자성대부두 운영권 문제 소용돌이에 빠지게 됐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북항 운영사 통합이 실패한 나비효과로 BPT 선석 조정 문제가 불거졌고, 이후 결국 허치슨에 제공할 대체부두가 사라지게 된 셈이다”며 “BPT 선석 조정 문제에 해양수산부까지 중재를 한 것으로 아는데 해수부 입장에서는 허치슨에 대체부두 제공은 없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허치슨터미널 관계자는 “과거 대체부두 제공 선례도 있는데 지금은 대체부두를 제공받기 어려워진 만큼 자성대부두 계약 연장 문제 등을 두고 소송전도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