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내 첫 해사법원 '해양수도' 부산에 설치해야 마땅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그동안 전문 법원인 해사법원 설치에 미온적이었던 대법원이 해사법원 신규 설립을 최우선으로 검토하기로 결정해 해당 법원 설치와 부산 유치가 탄력을 받게 됐다. 국회와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해사법원 등 특별 법원 설치안을 마련할 예정이며, 대법원장의 검토 후 국회에 법안 의견을 전달할 전망이다. 해사법원은 바다와 관련해 발생하는 사건을 전담해 처리하는 사법기구로 국내에는 아직 없는 상태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부산·인천·서울을 각각 설치 장소로 한 법안들이 발의됐으나, 설립 주체인 대법이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하는 바람에 관련 법안은 모두 폐기됐다. 최근 대법 입장이 설치 쪽으로 바뀌면서 해사법원 부산 유치가 지역의 당면 과제로 떠올랐다.

신속한 법률 서비스·시너지 효과 기대
서울·인천 설립은 국토균형발전 저해

국내 첫 해사법원 설립의 필요성은 수년간 누누이 강조돼 왔다. 우리나라 해역 등지에서 일어난 다양한 해사사건과 분쟁에 대한 처리 수요가 늘고 있지만, 거의 대부분 외국에 있는 중재소나 법원에서 진행되고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국외로 유출되는 법률비용만 연간 4800억 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일반 법원은 해양 및 해사 관련 전문성이 부족해 소송 당사자들이 외국을 찾거나 국내와 해외 변호사를 이중으로 선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항만·조선·수산 분야 강국으로 꼽히는 나라에 해사법원이 없다니 부끄러울 뿐이다. 대법이 해사법원 설치로 입장을 바꾼 건 많이 늦은 감이 있지만 환영할 일이다.

이제는 대법이 해사법원을 어디에 설치할 것인지가 최대 관심사로 등장해 논쟁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중심주의나 정치 논리가 개입하지 않는다면, 해사법원을 설립해야 할 곳은 명약관화하다. 해사법원 예정지로 ‘동북아 해양수도’를 표방하는 부산이 가장 적합하다. ‘동북아 해양수도’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역 공약이기도 하다. 국내 최대의 해양·수산업 인프라가 잘 구축돼 있고 관련 기업 및 공공기관들이 밀집한 부산에 해사법원을 설치해 시너지를 높여야 세계 해사법률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항만물류와 연계한 ‘글로벌 금융중심지 부산’도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해사법원은 부산에 와야 마땅하다.

해사법원 입지를 놓고 해운기업 본사가 많은 서울을 내세우는 이들이 있지만, 이는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위해서도 옳지 않은 주장이다. 인천도 해양경찰청이 소재한 항만도시이고 해사사건이 수도권에서 많이 생긴다는 이유 등으로 해사법원 유치를 희망하는데, 나라를 망칠 수 있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더 부추기는 과욕일 뿐이다. 해사법률 서비스를 수요자 중심으로 신속히 제공하려면, 항만물류 종사자 60% 이상이 있는 ‘해양수도 부산’에서 사건 처리가 이뤄져야 옳지 않은가. 이를 위해 부산의 여야 정치권과 민·관·학·연이 힘을 모아 해사법원 유치 노력에 총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해사법원을 뺏기지 않도록 모두 정신을 바짝 차릴 때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