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업계 실업대란 지금까지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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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고용유지지원금이 대폭 줄어들면서 관광업계의 실업대란이 본격화할 우려를 낳고 있다. 한산한 부산 김해공항 국제선 청사. 부산일보DB

“코로나19로 모든 게 불확실해졌다지만, 하나만은 분명합니다. 곧 실업대란이 터진다는 거죠.”

13일 만난 부산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올겨울 그려질 지역 관광업계의 지형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한때 연 매출이 80억 원에 육박했던 지역 대표 여행사 가운데 하나였지만, 올해는 쌓인 적자만 10억 원에 가깝다.

그나마 휴직 중인 직원들의 임금을 최대 90%씩 보전해 주는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있었기에 적자 폭을 줄일 수 있었지만 이달부터 정부의 지원금 분담 비율이 67%로 줄면서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매출이 없는 상태에서 고용주 분담 비율이 늘어나면 고용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이 여행사는 지난달 말부터 정리해고 절차에 돌입했다.

이달부터 고용유지지원금 하향
정부 분담 비율 90%서 67%로
매출 급감 여행사 고용 유지 한계
지역 여행사 정리해고 절차 돌입
비수기 앞둔 숙박업계 전전긍긍

이 관계자는 “기약 없는 무급휴직보다 실업수당이라도 받아 생계를 도모하라는 뜻에서 눈물을 머금고 정리해고를 실시한다”며 “중소·중견업체는 말할 것도 없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아는 유명 여행사들도 이미 이 같은 절차에 돌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분석 전문인 한국CXO연구소가 13일 발표한 ‘코로나 경제 위기 상황에 주요 대면 업체의 경영 실적 비교분석’에 따르면 여행업체들의 피해는 ‘심각’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내 7개 주요 여행사의 평균 매출액은 전년 대비 59.7% 급감했다.

특히 모두투어의 자회사인 자유투어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31억 원으로 전년 대비 81.4%나 줄었다. 하나투어(-73.9%), 모두투어(-71%), 롯데관광개발(-68.8%), 세중(-66.3%), 노란풍선(-55.9%) 등은 1년 새 매출이 절반 이상 사라졌다.

여행사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숙박업계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특급호텔들은 올 상반기부터 비정규직을 중심으로 인력규모를 줄여 왔지만, 겨울부터 시작되는 여행 비수기에는 또다시 무급 또는 유급휴직을 실시해야 할 판이다.

부산의 한 특급호텔 임원은 “내년 고용유지지원금 사업에 대한 공고나 안내가 아직까지도 뜨지 않아 불안함을 감추기 어렵다”며 “지금과 같은 여행업의 불황은 내년 연말까지는 이어질 텐데, 올해와 유사한 수준의 고용유지 지원책이 마련되지 못한다면 호텔을 정상적으로 꾸려 나가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숙박업체들은 건물과 토지에 대한 재산세 부담도 극심한 상황이라 감세 정책 도입의 필요성도 크다”고 덧붙였다.

여행업계 일각에서는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여행 독려 캠페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정부가 이달부터 열도 전역으로 확대한 ‘고 투 트래블’(Go To Travel)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정부가 여행비와 숙박비의 최대 50%를 요금 할인과 쿠폰 형식으로 제공하는 사업인데, 일본 내에서도 찬반 양론이 뜨거운 상태다.

부산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관광·마이스 업계는 물론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코로나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게 지금과 같은 끝없는 불황”이라며 “코로나 확산을 막을 수 있는 감염병 관리 체계를 확립한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있는 캠페인”이라고 전했다. 그는 “내수 진작에 대한 절절한 현장의 목소리가 정책에 조금이라도 반영되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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