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 876 >양자 회동?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진원 교열부장

<[단독]추미애 장관, 첫째 딸 운영 식당서 정치자금 수백만원 썼다>

얼마 전 어느 신문이 ‘단독’이라며 쓴 기사 제목인데 사실과 다르다. 그 이유는 바로 이 기사 본문에 있다.

‘…추 장관은 2014년 11월부터 2015년 8월까지 총 21차례에 걸쳐 장녀 A씨가 운영하는 양식당에서 250여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니 저 제목은 본문을 스스로 부정하거나 사실을 외면한 거짓말이었던 것.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수백(數百): [Ⅰ] 「수사」백의 여러 배가 되는 수.(그동안 수집한 우표가 수백이 넘는다.) [Ⅱ] 「관형사」백의 여러 배가 되는 수의.(이 기계는 부품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고향 집의 뒤뜰에는 수백 년 묵은 수양버들이 있었다./수백 명이 모여 있었지만….)

‘수백’은 수사와 관형사가 있는데, 어느 것이든 ‘백의 여러 배’라는 뜻. 다시 표준사전을 보자.

*여러: 수효가 한둘이 아니고 많은.(여러 개./여러 가지./여러 명.)

그러니 100배나 200배는 수백 배가 아닌 것. 적어도 300배 이상이라야 한다는 얘기다. 250여만 원을 ‘수백만원’이라고 하면 안 되는 건 이 때문이다.

여담이지만, 저기 표준사전 보기글 ‘그동안 수집한 우표가 수백이 넘는다’도 이상하다. ‘수백이 넘는다’고 하면, 그 이상 모든 수를 가리킬 수 있기 때문이다. ‘수천, 수만, 수억, 수조’도 수백이 넘는 수인 것. 그러니 우표가 999장 이하라면 ‘수백이 넘는다’가 아니라 ‘수백이다’라야 했다. ‘부품이 수백 가지가 넘는다’ 역시 ‘수백 가지다’라야 했고….

‘남북 외교장관의 공식 양자회동은…꾸준히 있었고, 비공식 양자회동도 수시로 이뤄졌다.’

이 기사에 나온 ‘양자회동’도 말이 안 된다. 표준사전을 보자.

*회동(會同): 일정한 목적으로 여러 사람이 한데 모임.(회동을 가지다./회동에 참석하다./여야 대표의 회동을 주선하다./…곁에 시중드는 사람도 없는 두 사람만의 은밀한 회동이었습니다.<조해일, 이상한 도시의 명명이>)

이렇게, ‘여러 사람’이 모이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어서 양자, 즉 ‘두 사람’이 만나는 것을 ‘회동’이라고 하면 안 되는 것. 또 ‘모이다’ 자체가 ‘여러 사람이 한곳에 오게 되거나 한 단체에 들게 되다’라는 뜻이므로 ‘둘만 모였다’도 안 된다.

역시 여담인데, 저기 표준사전 ‘회동’ 보기글 가운데 ‘두 사람만의 은밀한 회동’이 잘못이라는 건, 이제 모두 아실 터. 표준사전은 참….
 


jinwon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