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KT 허훈의 독특한 연봉 계약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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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라이프부 스포츠팀장

롯데 자이언츠의 ‘가을 야구’ 진출 여부가 결정될 때면 대표적 겨울 스포츠인 프로농구가 시작된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지난 시즌 코로나19 여파로 조기 종영됐던 프로농구가 지난 9일부터 기지개를 켰다. 부산을 연고로 한 프로팀인 부산KT는 시즌 초반 2승 1패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 1단계 완화 조치로 이번 주말부터는 경기장의 20%까지 관중 입장이 허용된다. 올 시즌 롯데의 가을 야구 진출이 사실상 물 건너간 데다, 일부지만 모처럼 관중이 입장하면서 부산KT의 경기는 팬들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허훈, 올 시즌 연봉에 미디어 인센티브 받아
미디어 노출로 구단이나 종목 홍보 명목
국내 최초 시도로 향후 연봉 협상 영향 미칠 듯
높은 기대치 충족시킬 선수 경쟁력 강화 과제

올 시즌 부산KT의 성적만큼이나 기대되는 것은 가드 허훈의 활약이다. 허훈은 지난 시즌 한국농구연맹(KBL) 최고의 선수로 떠올랐다. 평균 14.9득점 2.6리바운드 7.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어시스트 전체 1위, 국내 선수 중 득점 2위를 차지했다. 그뿐만 아니다. 단일 경기 9연속 3점 슛 기록과 KBL 최초로 ‘20(득점)-20(어시스트) 클럽’에 가입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허훈은 지난 시즌 MVP 기자단 투표에서 총 63표를 획득해 47표에 그친 김종규(원주 DB)를 따돌리고 MVP까지 수상했다. 허훈은 지난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셈이다.

지난해 프로농구 무대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각인시킨 허훈이었지만, 그동안 그의 농구 인생은 그리 순탄치는 않았다.

허훈은 ‘농구대통령’으로 불리는 한국 농구 최고의 레전드인 허재 전 감독의 둘째 아들이다. 어떤 분야에서든 뛰어난 아버지를 둔 아들의 심정이 어떤 건지 대충 이해를 한다. 잘하든 못하든 늘 뛰어난 아버지와 비교되는 숙명 말이다.

허훈은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때 국가대표팀에 발탁됐다. 당시 대표팀 감독이 허재였는데, 이 때문에 허훈은 ‘혈연 농구’ 특혜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농구 선수 최초로 국민 청원에 오를 정도였으니 당시 논란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국가대표 출신에다 프로농구 올스타를 지낸 원주 DB의 허웅은 허훈의 친형이다. 아버지와 함께 친형과도 비교되는 허훈의 농구 인생도 참 독특하다. 하지만 냉혹한 프로 무대에서 각자 존재감을 알리고 있는 삼부자를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늘 아버지와 형에게 비교되던 허훈은 지난해 정규리그 MVP라는 그 만의 업적을 이뤘다. 프로농구 선수 허훈으로서 진정한 홀로서기에 성공한 것이다.

올 시즌 허훈을 주목하는 것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홀로서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발단은 올 7월 방송에서 밝힌 독특한 그의 연봉협상 계약조건이다.

허훈은 당시 토크쇼 ‘라디오스타’에 출연해 부산KT와 연봉 협상에서 ‘방송 출연에 따른 인센티브’를 계약조건에 포함시킨 것을 털어놨다. 대개 선수들이 지난 시즌 자신의 성적으로 계약하는 것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당시 허훈은 “내가 미디어에 많이 노출되면 팀 홍보도 되니까 인센티브를 받는다. 10개 구단 중 (미디어 인센티브는) 내가 최초다. 다른 선수들은 농구 기록으로 (인센티브를) 받는데 내가 해달라고 먼저 요청했다”고 밝혔다. 프로 3년차인 허훈은 3억 4000만 원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훈은 비시즌에 아버지와 함께 ‘뭉쳐야찬다’ ‘도시어부’ ‘정글의 법칙’ 등 많은 예능프로그램에서 ‘맹활약’했다.

배구 선수 김연경과 축구의 박주호도 예능프로그램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 현역 선수들의 매체 노출이 이처럼 과감해진 것은 최근에서야 나타난 현상이다.

운동선수의 방송 출연을 두고 아직 곱지 않은 시선이 존재한다. 자칫 성적이 부진하기라도 하면, 운동에 전념해도 모지랄 판에 다른 곳에 신경을 쓰니 그렇다며 비난 일색이다.

현역 선수들의 미디어 노출을 나쁘게만 볼 수는 없다. 외국에선 팀과 종목의 홍보 차원에서 자연스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해당 선수들에겐 스타성에 걸맞은 경쟁력을 꾸준히 보여줘야 하는 과제가 있다.

허훈의 미디어 인센티브는 한국 프로 스포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스타성이 많은 선수들의 방송 출연이 봇물을 이룰 것이고, 연봉 계약 때 미디어 인센티브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미디어 인센티브를 요구한 선수들이 팬이나 구단의 기대치를 얼마나 해 주느냐에 따라 연봉 협상 과정에서의 미디어 인센티브가 또 다른 협상 카드가 될 수도 있다.

국내 최초로 미디어 인센티브를 받은 허훈의 올 시즌 활약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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