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84. 현실과 다른 차원의 공간을 만나다, 이우환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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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은 전 세계를 누비며 활동하고 있는 세계적인 화가이며 조각가이고 시인이며 비평가이다. 이우환 작가를 지칭하는 표현이 많지만, 작품 ‘대화(Dialogue)’ 시리즈를 감상하면서 작가에게 붙일 수 있는 수식어는 ‘여백의 화가’이다.

이번에 소개하는 작품 ‘대화’는 2013년에 제작된 작품이다. 2015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우환공간이 문을 열면서 미술관의 소장품이 된 작품이다.

이 작품은 이우환 작가가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제작해 온 ‘선으로부터’ ‘점으로부터’시리즈에서 2000년대에 접어들며 새로운 모티브로 전환을 하며 나오게 됐다. 동양화가 가진 ‘여백의 미’를 가장 현대적이고 철학적으로 집약하여 재구성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화면의 좌측 상단과 우측 하단에는 위에서 아래로, 혹은 안쪽에서 바깥으로 그러데이션된 붓 자국이 캔버스에 놓인 듯 그려져 있다. 점이 캔버스에 위치함으로써 작품 감상자는 나머지 여백의 공간을 확인하게 된다.



이우환 작가는 이것을 ‘여백 현상’이라고 부른다. 그는 단지 화면 속에 있는 빈 공간을 여백이라 일컫지 않는다. 한 공간 안에서 큰북을 치면 그 소리가 주위 공간에 울려 퍼지게 되는데 큰 북과 그 북이 내는 소리, 또 그 소리로 인해 울림이 있는 공간까지를 모두 여백이라 한다.

그림을 그린 부분과 그리지 않은 부분, 만든 것과 만들어지지 않은 것, 그리고 내부와 외부가 자극적 관계로 서로 작용하고 울려 퍼질 때 그 공간에서 시나 비평성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그래서 감상자는 이우환 작품의 화면과 마주할 때 현실과 다른 차원의 공간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황서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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