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로 냉각 전력 공급 최후 수단인데…” 고리 2호기 비상변압기 ‘불안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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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장군 고리원전1·2호기 전경. 부산일보DB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원전 사고 발생 때 원자로 냉각을 위한 최후의 비상수단으로 설치한 변압기가 불안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같은 조치의 하나로 사들인 ‘이동형발전차량’ 역시 불량인 것으로 밝혀진 터라 고리원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관련 후속 대비책이 졸속적으로 이뤄졌다는 비판이 인다.

14일 한수원에 따르면 한수원이 2013년 1월 발주하고 A사가 납품한 ‘비상전원공급용 승압변압기(이하 비상변압기)’를 부산 기장군 고리 2호기에 설치했다. 문제는 해당 변압기가 권선(전자장치에 감는 피복 구리 선)이 하나뿐인 ‘단권형 변압기’이기 때문에 권선이 두 개인 ‘복권형 변압기’보다 절연내력이 떨어진다는 점. 변압기의 절연내력이 떨어지면 누전 위험이 높고 최악의 경우 변압기가 소손(불에 타 훼손)될 우려까지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국내 대부분의 원전에서는 복권형 변압기를 사용하고 있다. 동아대 전기공학과 이성구 교수는 “단권형 변압기의 절연이 파괴되면 과도한 열이 나 고장이 쉽게 난다”면서 “단권형 변압기에 단락이 발생하면 더 많은 전류가 흘러 고장 가능성을 높인다”고 말했다.

한수원 “무게 줄이려 ‘단권형’ 설치”
전문가 “절연내력 떨어져 누전 위험”

그런데도 한수원 측이 고리 2호기에 굳이 단권형 변압기를 들여온 이유는 발전소 건물 상층부에 변압기를 설치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한다. 지진·해일 때 침수 우려가 큰 지하 대신 건물 상층부에 변압기를 설치하려면 무게를 줄여야 한다. 단권형을 설치하면 복권형보다 면적은 30%, 중량은 70%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의 비상변압기는 지진·해일 발생 뒤 원전의 외부 전력이 끊어지고, 비상디젤발전기 가동이 실패했을 때 이동형발전차량 전압을 높여 주는 역할을 한다. 원자로 냉각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는 ‘최후의 보루’인 셈이다. 한수원이 2018년 132억 원을 들여 산 이동형발전차량 4대 역시 불량인 것으로 드러나 후쿠시마 후속 조치에 대한 신뢰성도 흔들리고 있다.

원전 업계에서는 이번 비상변압기 납품 논란이 A사를 비롯한 대기업 담합에 따라 발생한 폐해라고 보고 있다. 실제 공정거래위원회는 2018년 2월 고리 2호기 비상변압기 구매 입찰에 담합한 A사와 B사에 과징금 4000만 원을 부과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변압비(변압기에서 나오는 전압과 들어가는 전압 비율)’ 3 이하에서는 단권형 변압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서 “기술 검토와 설계 과정을 거쳐 단권형 변압기를 선정했다. 복권형 변압기와 동일한 기술 기준을 적용했고, 성능 검증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A사 측은 “단권형 변압기는 1·2차 권선의 전압비가 작은 경우나 국내 345㎸ 변전소 주 변압기 등에 사용된다”면서 “복권형 대비 절연 등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황석하 기자 hsh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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