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맞이고개에 다시 활짝 핀 ‘꽃의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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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부산 해운대구청의 부주의로 한순간에 고철로 처분된 미술계 거장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가 복원돼 달맞이고개 해월정 광장에 설치됐다. 정종회 기자 jjh@

지자체의 부주의로 한순간에 고철로 버려진 미술계 거장의 유작 ‘꽃의 내부(Chamber)’(부산일보 2018년 1월 16일 자 1면 등 보도)가 약 3년 만에 부산 시민 품으로 돌아왔다. 꽃의 내부 원작이 있던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 자리에는 철거부터 복원까지의 과정을 담은 ‘반성 비석’이 세워질 예정이다.

부산 해운대구청은 14일 오후 5시 30분 꽃의 내부 복원작이 들어선 달맞이고개 해월정 광장에서 꽃의 내부 제막식을 개최했다. 꽃의 내부가 복원작으로 만들어진 것은 2017년 12월 철거된 이후 약 3년 만이다. 복원작업은 부산미술협회에서 진행했으며, 기존 꽃의 내부 작품의 규모와 형태, 재료 등을 완벽하게 복원했다.

무단 철거 이후 3년 만에 복원
유족 “본보·해운대구에 감사”
기존 위치엔 ‘반성 비석’ 설치

꽃의 내부는 해운대 바다가 펼쳐져 보이는 달맞이고개 해월정 광장 중심에 설치됐다. 가로 8.5m, 세로 8m, 6.1m 높이에 9개의 꽃잎으로 이뤄진 꽃의 내부는 시민들이 구조물 사이로 걸을 수 있는 개방형 작품이다.

이날 꽃의 내부 작가 고(故)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족 측은 코로나19로 제막식에 참여하진 못했으나, 해운대구와 <부산일보>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오펜하임 유족은 “언론의 문제 제기와 해운대구 노력으로 철거된 꽃의 내부가 복원됐다. 문화 행정의 신뢰성 회복과 문화예술 관광 측면에서 꽃의 내부가 복원돼 감사한 마음이다”고 전해 왔다.

홍순헌 해운대구청장은 “꽃의 내부가 복원되기까지 복원 장소, 복원 기관 선정, 심사, 유족 측과의 협의 등 수많은 절차가 있었다. 꽃의 내부 복원작은 단순한 복원 작품에 그치는 것이 아닌 문화 행정의 중요성과 예술에 대한 가치를 되새기는 데 의미가 크다”며 “이 문제에 대한 언론 지적과 관계자들의 노고, 행정, 유족과의 의사소통이 꽃의 내부 복원 성공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달맞이고개에 복원작이 설치된 데다 인근 환경 정비 사업까지 이뤄져 관광 활성화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된다.

해운대구는 기존 꽃의 내부가 있던 해운대해수욕장 호안도로에 ‘반성 비석(가명)’을 설치할 계획이다. 지난 행정 실수를 반성하고, 이 같은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취지로 꽃의 내부 철거와 복원까지의 과정이 글귀로 담길 예정이다.

한편 데니스 오펜하임의 유작 꽃의 내부는 백선기 전 해운대구청장 재임 시절인 2017년 12월 일방적으로 철거됐다. 당시 <부산일보> 보도에 의해 해운대구가 유족과 미술계에 통보도 없이 꽃의 내부를 일방 철거한 것과 철거된 작품이 고철로 버려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홍 구청장이 취임한 뒤 꽃의 내부 복원 사업이 시작됐다. 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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