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젊은이들은 왜 분노하나 “민주주의에 대한 오랜 굶주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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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민주화운동 시위대가 16일(현지시간) 수도 방콕의 중심가에서 물대포를 쏘며 강제해산에 나선 경찰에 맞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위대는 전날 공포된 집회 금지 비상칙령에 굴하지 않고 쁘라윳 짠오차 총리의 퇴진과 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집회와 시위를 이어 갔다. EPA연합뉴스

태국 정부의 강경 대응에도 반정부 시위의 기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특히 집회 현장에는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20~30대가 압도적으로 많아, 그들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5인 이상의 정치 집회를 금지하는 비상칙령을 15일(현지시간) 발효했음에도 불구하고, 태국의 젊은이들은 SNS로 소통하며 17일까지 사흘 연속 거리로 나와 “쁘라윳, 나가라”를 외쳤다.


불평등 심화, 군부·군주제 염증
코로나19 시대 빈부 격차 심화
정부 집회 금지 비상칙령 무위
SNS로 소통하며 시위 이어 가


쁘라윳 총리는 2014년 육군참모총장 당시 정국 혼란을 끝내겠다며 쿠데타로 권력을 잡았고, 지난해 총선에서 ‘재집권’했다. 군부 정권 연장 저지를 내세워 젊은이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제3당이 된 퓨처포워드당(FFP)은 정당법 위반을 이유로 올 2월 헌법재판소에 의해 공중 분해됐다.

이에 반정부 집회 불길이 타올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이내 잠잠해졌다. 그러던 중 반정부 인사 완찰레암 삿삭싯(37)이 6월 초 도피 중이던 캄보디아에서 괴한들에 의해 납치된 사건이 발생했다. 여기에다 거대 부호인 레드불 창업주 손자의 뺑소니 사망사고에 대해 검찰이 7월 불기소를 결정한 것도 공분을 일으켰다.

쭐라롱껀대 학생 시린 뭉차론은 온라인 매체 카오솟에 “국민 목소리는 무시되고 반정부 활동가들은 당국에 의해 탄압받는 독재에 질렸다”며 “법이 기득권층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것도 진저리가 난다”고 말했다.

15일 방콕 랏차쁘라송 네거리 집회장의 한 젊은 시위대가 들고 있던 손팻말의 ‘군부·군주제 민주주의 반대’라는 문구는 젊은 층의 심경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도 같은 날 사설에서 이번 반정부 시위를 ‘민주주의에 대한 오랜 굶주림의 표현’이라고 정의했다.

세계적으로 악명 높은 빈부 격차 또한 분노 원인으로 꼽힌다. 젊은 세대들은 코로나19 국면으로 빈부 격차가 더 벌어진 데다 국민을 위해 세금이 쓰여지지 않는 상황에 반발하고 있다. 가디언은 사설에서 “가장 부유한 1%가 국부의 67%를 차지한, 세계에서 가장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서 엘리트층이 변화에 저항하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거대한 재산이 조명을 받으면서 반정부 집회의 불길을 더 키운 측면이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지적했다. 왕실 재산이 구체적으로 공개된 적은 없지만, 미국 경제 기술 관련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18년 5월 태국 왕실의 자산을 300억 달러(33조 4800억 원)로 추산했다.

태국에서는 국왕은 전통적으로 신성시되는 존재인 데다, 최장 징역 15년 형인 왕실모독죄가 있다. 그러나 젊은 세대는 달랐다. 8월 초부터 정치적 금기로 여겨졌던 군주제 개혁을 공개 거론한 것이다.

반정부 활동가 빠릿 치와락은 지난달 19일 왕궁 옆 사남루엉광장 집회에서 “이웃집의 개가 짖는다면 여러분은 개에게 짖지 말라고 말할 것인가, 아니면 그 주인에게 개에게 입마개를 씌우라고 말할 건가”라고 말한 것이 이를 잘 보여 준다. 김경희 기자·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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