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난 집중 동해안 원전 밀집지, 안전대책 이대로는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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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강원도 고성 사이의 동해안 지역에 특별재난지역이 몰렸다는 분석이 나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박재호 의원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특별재난지역 선포지역 12회를 분석한 결과, 이 중 7건이 동해안에 집중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특별재난 발생 원인이 전통적인 재난이라고 할 수 있는 호우나 태풍 외에도 산불과 지진 등 복합적으로 발생했다는 특징이 있지만, 박 의원 지적처럼 대한민국 동해안은 세계 최대의 원자력 발전소 밀집 지역이자 전통적인 국가 기간산업이 집중된 만큼 재난 발생 시 국가적 위기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국가 기간사업과 원전 밀집 지역인 동해안에 대한 재난 대비책을 지금이라도 강화해야 한다.

탈원전 정책 무관하게 안전성 개선 중요
갈수록 자연재해 노출 커져 철저 대비를

지금 동해안을 따라 포진한 원전 개수는 고리(5)·새울(2)·월성(5)·한울(6) 등 무려 18개에 이른다. 주지하다시피 동해안은 태풍의 상륙 경로일 뿐 아니라 지진이 빈발하는 곳이다. 특히 원전 사고와 화재는 지진이 촉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원전 당국은 물론이고 원자력 학계에서는 한국의 원자력 기술이 세계적이라고 자신하지만, 갈수록 자연재해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지는 데 대해서는 당국의 대처가 미덥지 못하다. 올해 제9호 태풍 마이삭과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한반도를 강타했을 때도 일부 원전이 가동을 정지하는 사고가 있었다. 더구나 그 원인은 염분에 의한 섬락(스파크) 현상으로 드러났다. 기후 위기 시대에 이러한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노후 원전 설비 개선 문제도 결코 간과해선 안 된다. 오래된 원전일수록 설비 교체 등 안전성 개선 작업은 중요하다. 그런데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3년간 총 52건의 노후 원전의 설비 개선 작업을 계획했다가 무더기 취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수원은 “설계 변경을 포함한 설비 작업 등 방식이 허가에서 신고로 변경되면서 철회 건수가 많이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가당찮은 변명이다. 노후 원전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문제가 된 고리 2호기, 한빛 1·2호기는 1980년대 중반에 지어져 곧 가동 40년에 이르는 노후 원전이다. 탈원전을 하더라도 기존 원전의 안전한 운행은 철저하게 지켜져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원전은 다른 발전원에 비해 매우 엄격하고 신중하게 안전 관리를 해야 한다. 노후 원전 설비 개선도 탈원전 정책과 무관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원전 사고는 한번 터졌다 하면 대형 사고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발생한 원전 고장 정지가 18건에 이르고, 이 중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계획하지 않은 정지가 13건이란 점도 상당히 우렵스럽다. 원전 밀집 지역인 동해안 재난 대비책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원전 밀집 지역에 사는 주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관계 당국은 만반의 대비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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