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부산도서관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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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이성의 존재’라고 규정한다면 여기에 가장 걸맞은 공공 시설물은 무엇이 있을까. 아마 도서관을 첫손에 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성은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사상(事象)은 물론 판단과 추리를 통해 형성되는 의식의 내용인 사상(思想)을 다듬고 갈무리해 다음 세대로 전하며 인간 삶의 유구한 축적을 이루게 했다.

이러한 인간의 지혜와 지식, 정보가 쌓여 보관되고 전승되는 곳이 바로 도서관이다. 겉으로는 문서와 서적 등의 보관과 열람 장소로 여겨질 수 있지만, 내용을 보면 인류 이성의 빛나는 결과물이 쌓여 있는 장소다. 그래서 도서관을 보면 그 사회의 수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고대의 도서관도 당시 문명이 가장 앞섰던 지역에 세워졌다. 기록상 최초의 도서관은 기원전 2000년 전후로 서양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 지방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오늘날과 같은 도서관의 모델로는 기원전 3세기에 세워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을 꼽는다. 중국에서는 주(周)나라 시대인 기원전 1100년 즈음에 이미 각종 도서를 모아 둔 곳이 있었다고 하며, 우리나라 고구려에서도 많은 서적을 수집해 놓은 장서 보관 시설이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오늘날과 달리 식자층이 극소수 지배 계층에 국한됐을 고대에도 장서 시설이 나라의 역량을 보여 주는 상징물 구실을 했다는 사실이 매우 흥미롭다. 이는 현대에도 그대로 이어진다고 할 수 있다. 세계의 주요 선진국 도시치고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도서관이 없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아름답고 경건하기조차 한 도서관의 존재 자체가 그 도시에 사는 시민의 자랑이요 자부심이다.

우리 부산도 이처럼 지금까지와는 한 차원 높은 부산의 대표 도서관을 보유하게 됐다. ‘부산시민의 서재’인 부산도서관이 드디어 내달 4일 사상구 덕포동에서 개관한다. 국·시비 총 439억 원을 들여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의 서고와 1200석의 열람실, 강좌실, 디지털존을 갖췄다고 한다. 하루 방문자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약 11만 권의 도서와 7500여 점의 비도서 자료를 대출·열람할 수 있다.

앞으로 지역 도서관들을 총괄하며 부산의 도서관·독서 정책을 시행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도 맡는다고 하니 자못 기대가 크다. 부산도서관이 지역의 핫 플레이스로 자리를 잡아 부산시민의 지혜와 학문의 화수분, 여가 생활의 빠질 수 없는 도우미가 되기를 바란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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