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매출 20조 조선 도시’ 거제, 세무서·노동청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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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만 명이 넘는 조선 노동자가 있는 경남 거제에 조세와 노동 업무를 전담할 관서가 절실하다. 통영세무서 거제지서 전경.

“배보다 배꼽이 큰 격이죠. 인구나 민원 수요 모두 거제가 월등한데 정작 중요한 일 보려면 통영으로 가야 합니다.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죠.”

연평균 매출이 10조 원을 웃도는 대형 조선소 2곳과 10만 명이 넘는 조선 노동자가 있는 경남 거제에 조세와 노동 업무를 전담할 관서가 없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시세를 따지면 거제가 1급지에 해당하지만, 관련 정부 기관의 지방 본서는 모두 통영에 있다. 노동부는 출장소조차 없고, 세무서는 지서만 있다. 거제 입장에선 접근성이 크게 떨어지는 데다, 체계적인 세원 관리와 신속한 민원 해결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지역 정치권을 중심으로 신설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조세·노동 본서 모두 통영에 배치
세수 규모·업무량 통영보다 많아
노동자 수·민원 수요, 본청 초과
세무서 신설·지청 이전 등 필요


20일 국세청에 따르면 통영과 거제, 고성을 관할하는 통영세무서는 통영에 본서를 두고 거제에 지서를 운영 중이다. 그런데 업무량은 통영과 고성을 합친 것보다 거제를 담당하는 지서가 많다.

개인납세의 경우, 전체 5만 5277명 중 절반이 넘는 2만 8716명(51.95%)이 지서 몫이다. 1인당 업무량도 본서 1562명, 지서 2051명으로 지서가 많다. 법인도 전체 8067곳 중 4328곳(53.65%)이 거제에 있다. 특히 법인 관련 업무나 조사·불복업무는 본서가 담당해 지서에선 처리가 불가능하다.

세수 규모 역시 본서 990억 원, 지서 3420억 원으로 거제가 4배가량 많다. 인구도 9월 말 기준으로 거제 24만 6231명, 통영과 고성 각각 12만 9064명, 5만 1539명으로 격차가 크다.

수치만 놓고 보면 거제에 본서, 통영에 지서를 두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거제만 해도 1급지 세무서 신설이 가능한 규모다. 현재 전국에서 세무서 없이 지서로 운영되는 시·군·구는 19곳으로, 이중 인구 20만 명이 넘는 곳은 수도권을 제외하면 거제가 유일하다. 거제보다 적은 인구에도 본서를 둔 지자체는 20곳에 달한다.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지역경제 발전과 국가재정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거제세무서 신설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 분야는 더 열악하다. 조세처럼 통영에 본서를 둔 고용노동부 통영고용노동지청이 인접한 3개 시군을 관할하고 있다. 반면, 노동자 수는 2019년 기준 거제 10만 8897명, 통영·고성 6만 2255명으로 거제가 많다.

같은 기간 통영지청 주요 업무인 임금 체불도 전체 1818건(3947명), 194억여 원 중 883건(2173명), 111억여 원이 거제에서 발생했다. 노동자 수에 비례한 결과다. 사정이 이런데도 거제지역 노동자들은 민원 제기와 조사를 위해 매번 통영을 오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거제시의회 이태열 의원은 “공간적으로 본다면 통영에 있는 게 맞겠지만, 민원 수요나 노동자 분포를 고려하면 통영지청을 거제로 옮기는 것이 맞다”면서도 “이를 두고 인접 지자체가 다투는 것도 시간 낭비인 만큼 ‘거제출장소’를 설치하는 게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글·사진=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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