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서(西)를 글 서(書)로 바꾼 애향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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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구 서동의 한자 표기는 ‘書洞’(사진)이다. 원래는 ‘西洞’이었다. 조선시대는 글 서(書)나 붓 필(筆)을 행정지명에 함부로 쓰지 못했다. 함부로 썼다간 글을 전가의 보도처럼 떠받들던 양반에게 곤장 맞기 십상이었다. 전에 밝혔듯 지명은 동서남북이나 내외, 상하를 보편적으로 썼다. 서동은 동상면 서쪽에 있어서 붙여진 지명이었다.

동상면은 뭘까. 이 또한 전에 밝혔다. 동래읍 동쪽에 있던 동면은 해운대 일대. 마을이 커져 상하로 나누면서 동상면, 동하면이 생겼다. 1904년 발간 동래군 백서에는 동상면에 명장동, 서동, 오륜동, 석대동, 반송동, 반여동이 있고 동하면에 재송동, 우동, 중동, 좌동이 있다. 동상동은 동상면에서 유래했다. 1959년부터 1982년까지 서동, 금사동, 회동동 세 동을 합쳐 동상동이라 했다. 영도 동삼동과 지명이 비슷해 헷갈리곤 했다. 하지만 전혀 다르다. 동삼동은 동쪽 세 마을인 상리, 중리, 하리를 합친 지명이다.

서동은 어쩌다 글 서(書)로 바뀌었을까. 2010년 금정문화원 발간 <금정문화>에 실린 내력이 곰살맞다. 기장 전부와 양산군 일부가 동래군에 편입된 1914년 동상면은 동래읍에 편입되고 기능을 상실한 면사무소는 서당으로 쓰였다. 당시 동상면 면장은 서동 출신. 관할이 바뀌는 어수선한 시기, 애향심을 발동해 서쪽 서에서 글 서로 급조했단다.

글을 떠받들던 양반네가 쌍심지 켜도 ‘서당이 있어서 그랬노라’ 빠져나갈 구멍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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