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럽 전역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번지면서 올 상반기 1차 파동 때와 마찬가지로 봉쇄 또는 그에 준하는 강력한 제한 조치를 재도입하고 있다.

BBC 방송에 따르면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는 19일(이하 현지시간) TV로 생중계된 대국민담화에서 코로나19 대응 조치를 최고 등급인 5단계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일랜드는 22일부터 6주간 재봉쇄에 돌입한다.

아일랜드, 접촉 금지·가게 폐쇄
독일 일부 지역도 2주간 봉쇄
프랑스·이탈리아도 야간 통금
영국, 인체 고의 감염 실험 논란
건강한 사람 대상 참가자 모집

별다른 사유가 없다면 재택근무를 해야 하며 운동 등을 위해서도 집에서 5km 이상 벗어날 수 없다. 집안이나 정원 등에서 이웃 주민과 만나는 것도 금지된다. 대부분의 비필수업종 가게는 문을 닫아야 하며, 주점이나 식당은 포장 영업만 허용된다.

독일 바이에른주의 베르히테스가데너란트 지역도 20일부터 2주간 봉쇄 조처를 시행한다. 독일에서 지난 4월 이래 봉쇄를 다시 도입한 것은 이 지역이 처음으로, 주민들은 특별한 사유 없이 집을 떠날 수 없으며, 학교·식당·술집·공연장·체육관·영화관·호텔 등도 문을 닫는다.

일부 국가는 고위험 지역을 중심으로 봉쇄 전 단계인 통행 금지를 도입했거나 도입 예정이다.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세가 가장 심각한 프랑스는 지난 17일부터 파리를 포함한 수도권과 8개 지방 대도시에서 야간통행을 금지했다. 이탈리아는 금융 중심지 밀라노를 낀 북부 롬바르디아주가 22일부터, 남부 나폴리가 주도인 캄파니아주가 23일부터 밤 11시에서 다음 날 오전 5시까지 통행금지를 시행한다. 지역 주민들은 해당 시간에 건강·업무상 등의 특별한 사유 없이 외출할 수 없으며, 이번 주부터 식료품점 등 필수 상점을 제외한 주내 모든 중·대형 쇼핑센터의 주말 영업도 중단된다.

스페인 역시 고위험 지역에 대해 통행 금지 등의 새로운 규제를 검토 중인데, 지방정부와 야당의 반대로 도입 결정이 미뤄지고 있다.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는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리버풀시와 랭커셔 지역 외에 그레이터 맨체스터 지역에도 23일부터 코로나19 3단계 대응 시스템 중 가장 엄격한 ‘매우 높음’을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서는 실질적으로 음식을 판매하지 않는 펍과 바는 영업이 정지되며, 다른 가구와는 실내는 물론 실외에서도 만남이 금지된다.

한편, 영국 정부는 건강한 사람을 일부러 코로나19에 감염시켜 면역 기제를 찾는 실험을 시작한다고 밝혀 논란이 되고 있다. 2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국 임피리얼 칼리지 런던(ICL) 연구진은 내년 초 건강한 지원자들을 고의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시키는 이른바 ‘인체 유발반응 시험(HCT·휴먼챌린지시험)’을 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증상이 나타난 적 없고, 심장병이나 당뇨 등 위험 요인을 갖지 않은 18∼30살 참가자를 최대 19명 모집한다.

연구진은 이들을 바이러스에 고의로 감염시킨 뒤 어떻게 백신이 증상 및 감염을 막는지, 또 이들의 면역 체계가 어떻게 반응하는지 연구한다. 실험에는 영국 공공의료 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의 정부 자금 3360만 파운드(약 494억 9000만 원)이 지원된다.

HCT는 백신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지만, 코로나19가 신종 전염병이기 때문에 확실한 치료제가 없는 데다 치명률도 높아 중증환자나 사망자가 나올 우려가 높다. 또 유용한 결과를 얻을지도 의문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연구진은 참가자 등록 전에 독립적인 윤리 및 보건 위원회의 승인을 받고, 모든 실험 단계를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덧붙였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