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희망일자리 실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난 19일 점심시간이 끝나갈 무렵 부산 부산진구 부전도서관 주차장. 색소폰, 어쿠스틱 밴드, 풀 밴드가 차례로 간이 무대에 올라서 그동안 갈고닦은 연주 솜씨를 선보였다. 도서관 휴관 일이어서 이런 공연이 가능했겠지만, 코로나19에 지친 시민들이 오랜만에 음악에 빠져드는 모습이었다. 이름하여 ‘토닥토닥 콘서트’. 부산진구 희망일자리사업단 ‘문화팩토리’가 9월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한 자리다. 이날 행사 기획은 물론이고 사회를 보거나 연주와 노래를 담당한 이들 전부가 희망일자리사업단 소속이다. 연주자와 객석 모두 즐거웠다.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이들은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7월 중순께 부산진구청에서 공고한 ‘문화예술인 창작활동가 모집’을 보면서도 긴가민가했다. 부산진구 거주자로서 4대 보험 미가입자가 모집 조건이다.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 프리랜서 작가 등 70명이 모였다. 이들은 오는 12월까지 주 5일제로 근무하면서 8590원의 최저시급을 받는다. 달로 치면 150만 원~180만 원(각종 세금 포함) 정도 된다. 알고 보니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가 마련한 ‘희망일자리’ 사업 일환이다.

전국의 구·군에서도 희망일자리 사업을 진행한다. 예를 들면 생활 방역 지원, 공공업무 지원, 재해 예방 같은 것들이다. 부산진구도 이런 종류의 일을 수행하지만 문화예술 분야를 특화했다. 사업단 자체적으로 꾸린 ‘CF(Culture Factory) 밴드’는 공연을 하고, ‘포커스 온’은 부산진구 관내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홍보 광고를 제작하기로 했다. ‘노포 동화’팀은 30년 이상 된 노포를 찾아 스토리를 발굴하고 이를 바탕으로 동화책을 만드는 일을 시작했다. ‘플라워 브릿지’팀은 광무교를 장식할 계획을 세웠고, ‘라수와레’는 살아 있는 조각상 퍼포먼스를 추진 중이다.

여타의 공공 일자리와는 차원이 다른, 발상의 전환이라 할 만하다. 서면 등 부산진구의 다양한 공간에서 창작 활동을 하고,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문화예술인을 배려한 점은 남다르다. 부산진구만의 특성을 살린 것이라고 해도 좋겠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관에선 기다려 주었다. 개인으로 만난 이들이 ‘이 사업단에서 무엇을 하면 좋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워킹그룹을 만들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이어 마스트플랜을 짜고, 그에 따라 공공예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급여 외에 최소한의 사업비도 제공했다. 이 사업이 올해로 끝이 날지, 부산을 넘어서 타지역까지 전파될지 알 수 없지만 신선한 시도의 결말이 자못 기대된다.

김은영 논설위원 key66@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