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늘지만… “접종 중단할 상황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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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독감) 백신 예방접종 후 사망한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백신과의 직접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아 예방접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일단 결론을 내렸다. 최종 인과 관계는 부검 등을 통해 확인할 예정이다.

21일까지 신고된 접종 후 사망 사례 9건
질병관리청 “백신과 연관성 확인되지 않아”
부검 등 통해 최종 인과관계 확인 작업 중




독감 예방접종을 맞은 후 사망한 사례가 잇따르면서 21일 독감 예방접종을 하려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 지난 20일 예방접종을 맞기 위해 시민들이 줄을 서 있는 서울 한국건강관리협회 서울서부지부(왼쪽)와 21일 발길이 끊겨 한산한 모습을 보이는 서울서부지부가 대조적이다.  연합뉴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21일 독감 백신 관련 브리핑에서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회의를 개최해 지금까지 파악된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이상반응과의 인과관계, 중증이상반응 발생 시 해당백신에 대한 재검정 및 사업 중단 필요성 등에 논의했다”면서 이와 같이 밝혔다.

피해조사반은 이날 오전까지 신고된 접종 후 사망 사례 6건을 논의해 백신과의 직접적인 연관성, 접종 후 이상반응과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성이 확인되지 않았고, 특성 백신에서 사례가 높게 나타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전체 접종을 중단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조사 중인 사례 중 2건 정도는 아나필락시스(급성기 과민반응)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나머지 신고 사례에 대해서도 부검 결과와 의무기록 등을 추가 조사해 인과관계를 최종 확인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 분 혹은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으로, 예방접종으로 인한 중증이상반응 중 하나다.

독감 백신 예방접종을 맞은 뒤 3일 내 사망한 사례는 이날 오후 2시까지 9건 보고됐다. 지난 14일 인천에서 알레르기 비염 외에 지병이 없는 17세 고등학생이 무료 접종을 맞고 사망한 것을 시작으로 전북 고창, 대전, 대구, 제주 등지에서 고령 사망 사례가 잇따랐다.

이 가운데 7건에 대해서는 부검이 진행되고 있다. 또 같은 날짜에 같은 의료기관에서 동일 백신 제조번호로 접종받은 접종자에 대해 이상반응 발생 여부도 조사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몇 건 국소 반응 외에 중증이상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질병관리청은 설명했다.

보건당국은 아나필락시스 등 이상반응에 대비하기 위해 건강 상태가 좋은 날 예방접종을 하고, 예진 당시 증상이나 기저질환은 미리 알리고, 접종 후 반드시 의료기관에서 20~30분 경과를 관찰하는 등 안전한 예방접종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접종 후 수 시간 이내에 호흡곤란, 눈·입 주위 부종, 구토·설사·복통·메스꺼움, 심박수 증가나 어지럼증이 있으면 119에 신고해 방문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청장은 앞서 상온 유통 문제와 백색입자 등으로 국민 불안이 커진 데 대해 송구하다는 뜻을 전하면서 신속하고 투명한 조사와 안전한 접종 관리를 약속했다. 또 “고령 어르신, 어린이, 임신부들은 독감에 감염됐을 때 합병증 등이 우려되니 예방접종을 꼭 받아 달라”고 말했다.

올해 독감 예방접종은 이날 0시 기준으로 국가예방접종 대상자 836만 건을 포함해 약 1297만 건 진행됐다. 국가예방접종 대상 중에는 만 12세 이상 1회 접종 대상과 임신부의 68.8%와 34.1%, 만 13~18세의 48.2%, 만 62세 이상의 31.1%가 접종을 마쳤다.

접종 후 이상반응은 431건 신고됐다. 유료 접종자가 154건, 무료 접종자가 277건이었고, 증상은 알레르기 119건, 국소 반응 111건, 발열 93건 등이었다. 이 가운데 상온 유통과 백색 입자 관련 수거·회수 대상 백신을 접종한 사례는 84건으로, 대부분 국소 반응 등의 경증이었다.

2009년 이후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이 신고된 사례는 25건이지만 대부분 기저질환과의 연관성이 확인됐고, 보건당국이 접종 관련 이상 반응을 인정해 피해 보상을 한 사례는 2009년 1건뿐이다.

박수은 부산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올해는 접종과 신고 모두 적극적으로 진행됐을 수 있어 예년과 비교해 특별히 위험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건당국 발표를 신뢰하고 소아청소년이나 고령층 같은 고위험군은 특히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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