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사는 구조적 살인… 죽음의 고리 끊을 특단책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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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택배기사 비극

올해 11명의 택배기사가 목숨을 잃었다. 이들 대다수는 과도한 업무량 탓에 과로로 숨지거나, 부당한 갑질과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재발 방지책을 세워 택배 노동자의 ‘죽음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1일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에 따르면, 올해 ‘과로’ 때문에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택배기사는 9명이다. 이 외엔 갑질과 생활고 등에 시달리다가 사망에 이르게 된 경우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택배업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의하면 택배업 관련 사망자는 올해 유독 급증했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산재 사망자는 18명으로, 올해 10월까지의 사망자가 지난 8년간 사망자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택배노동자 사망 올해에만 11명
최근 8년간 사망자의 절반 수준
심야배송 중단 등 구조적 개선을

지난 20일엔 부산 강서지점 로젠택배 택배기사 A(50) 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찰에 따르면, A 씨가 남긴 유서에는 생활고를 토로하는 내용과 함께 지점 직원의 부당한 갑질 행위가 담겨 있었다. A 씨는 유서를 통해 직원이 종이 커피잔을 던지며 화를 냈고, 무더위 속 작업에도 어떤 복지 혜택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8일에는 서울 강북구에서 CJ대한통운 소속 택배기사가 B(48) 씨가 호흡 곤란을 호소하다가 숨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매일 오전 6시 30분에 출근한 뒤 밤 9~10시에 퇴근했다. 그는 하루 평균 400여 건의 택배를 처리하면서 매일을 버텼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책위는 B 씨가 평소 지병이 없었던 것을 이유로 ‘과로사’라고 주장한다.

과로사로 추정되는 택배기사 사망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12일 한진택배 동대문지사에서 근무하던 C(36) 씨는 자택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앞서 C 씨는 동료 직원들에게 “오늘 (택배)420개를 들고나와 집에 가는 길이다. 너무 힘들다”는 말을 남겼다. 과도한 업무 부담을 온몸으로 버텨 왔던 것. 대책위 측은 C 씨 역시 별다른 지병이 없었던 점과 과중한 업무량을 근거로 과로사라고 강조했다.

택배기사의 업무 부담을 덜고 휴식 보장 취지에서 만들어진 ‘택배 없는 날(8월 14일)’ 연휴에도 숨을 거둔 택배기사가 있었다. 올 8월 16일 경북 예천 CJ대한통운 물류센터 소속 택배기사 D(46) 씨가 숨진 것. 일요일에 출근한 D 씨는 물류터미널 주변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D 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그는 4년간 택배 일을 이어왔으며, 밤 10~11시에 퇴근하는 등 과도한 업무 부담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책위 관계자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는 구조적 살인이다. 심야 배송 중단 등 구조적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 연이은 죽음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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