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하지 못해 더 뜨거운 ‘관객과의 대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24일 온라인으로 관객과 만난 거장 프레데릭 와이즈먼 감독. BIFF 제공

영화제의 꽃은 관객과의 대화(GV)다. 감독과 배우에게 영화에 대한 궁금한 점을 직접 질문할 기회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야외 공개 행사에서 스타를 만나기 어렵다. 대신 GV는 풍성하게 열렸다. 지난 주말(23~25일) 열린 주요 GV를 모아 봤다.


‘시티홀’의 프레데릭 와이즈먼
‘가가린’의 파니 리에타로 감독
온라인 실시간으로 관객과 만나
‘사냥의 시간’ 감독·배우 무대에


■아흔 살 노장부터 신인 감독까지

프레데릭 와이즈먼(90) 감독의 ‘시티홀’은 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이콘 부문에 초청받았다. 아흔의 나이에도 매년 신작을 들고 나타나는 다큐멘터리 영화계의 거성이다.

24일 오후 8시 30분께 부산 영화의전당 인디플러스관에서 온라인 GV가 열렸다. 와이즈먼 감독은 “지금까지 영화를 찍기 전에 영화 구조나 시퀀스를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마치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을 하듯이 그저 찍을 뿐이다. 이후 결과물을 가지고 시퀀스를 구성하고 스스로 계속 질문을 던지며 편집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러닝 타임이 무려 4시간 32분에 달하는 영화 ‘시티홀’은 감독 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4시부터 휴식 시간 없이 상영됐다. 치안, 공중 보건, 주택 건설, 결혼 신고 등 미국 보스턴 시청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일을 담았다. 총 8주 동안 110시간 분량의 영상을 촬영했고 와이즈먼 감독이 10개월 동안 편집한 결과물이다.

23일 오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는 영화 ‘가가린’ 상영과 GV가 열렸다. 서승희 프로그래머가 진행을 맡아 영화를 만든 파니 리에타로 감독, 제레미 투루일 감독 등과 온라인 실시간 채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눴다. 이날 현장에선 영화 소재부터 연출, 배우, 서사 등 작품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대답이 오갔다. ‘유토피아’와 공산주의 등 사회와 철학을 아우르는 질문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영화는 프랑스 집단 주택 단지 ‘가가린’에서 자란 소년 ‘유리’의 시점으로 전개된다. 두 감독은 “실제로 공산당 통치 시절 프랑스 파리 외곽에 존재했던 주택 단지를 배경으로 정했다”며 “소련의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이 단지의 기공식에 직접 방문했을 정도로 당시 사람들이 꿈꿨던 유토피아를 엿볼 수 있는 곳”이라고 했다.



■‘사냥의 시간’ GV에 ‘대포’ 등장

넷플릭스 공개로 극장 스크린에 걸리지 못했던 영화 ‘사냥의 시간’도 24일 오후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처음으로 관객을 만났다. 진행을 맡은 정한석 프로그래머와 윤성현 감독, 이제훈 배우, 안재홍 배우가 무대에 올라 영화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초청된 이 작품은 ‘파수꾼’(2010)에서 호흡을 맞췄던 윤성현 감독과 이제훈, 박정민 배우가 다시 한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라 주목을 받았다. 이날 GV는 영화에 대한 관객의 뜨거운 관심을 증명하듯 전석 매진됐다.

관객들은 오랜만에 만난 배우들에게 열띤 호응을 보냈다. 두 배우가 유쾌한 대답을 내놓을 때면 객석은 웃음바다가 되기도 했다. 이날 현장 모습을 담기 위해 전문가용 카메라와 캠코더를 챙겨 자리한 팬들도 여럿 보였다. 배우 이제훈은 “박정민 배우와 이번에 함께하면서 ‘우리 잘 걸어왔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며 “코로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잘 극복해서 하루빨리 예전처럼 영화를 즐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영미·남유정 기자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