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오지라퍼’ 역할, 실제 성격도 밝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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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진그룹 영어토익반’ 고아성

21일 개봉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에서 배우 고아성은 ‘1990년대 여성 사원’이라는 참신한 캐릭터로 영화 팬을 만나고 있다. 새로운 매력으로 스크린에 출격한 고아성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은 밝고 명랑하다. 1990년대를 배경으로 옛 감성이 가득하고, 그 위에 유쾌한 세 친구의 용감한 도전을 재미나게 버무려 내서다. 작품 중심엔 배우 고아성(28)이 있다. 극 중 오지랖 넓은 ‘자영’을 맡아 이야기를 유연하게 이끄는 힘을 또 한 번 보여 준다. 고아성은 “영화 ‘항거’ 이후 밝은 영화를 하고 싶었던 찰나에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며 “유쾌한 캐릭터뿐 아니라 진중한 메시지도 있어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90년대 고졸 사원 ‘자영’ 연기
옛 감성 가득하고 명랑한 영화
여성에게 차별적인 업무 환경
상고 출신 사원의 비애도 담아
이솜·박혜수 합숙하며 촬영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 






고아성이 그린 ‘자영’은 정의롭다. 부당한 일을 겪은 친구를 위해 발 벗고 나서는 건 물론이고 우연히 알게 된 회사 비리를 파헤치려 고군분투한다. 고아성은 “자영은 ‘오지랖’이라는 단어로 대변되는 명랑한 캐릭터”라며 “그간 많은 오피스물에 참여했지만, 자영만큼 자기 일을 사랑하는 인물은 없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자영은 삼진전자 8년 차 사원이다. 웬만한 보고서는 척척 쓸 만큼 업무 베테랑이지만,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고졸 여성 사원이라는 벽 때문에 12초 만에 커피, 크림, 설탕을 취향별로 딱 맞춰 10잔을 타야 하고, 선배들 구두를 닦고 담배 심부름을 하는 게 주요 업무다. 고아성은 “이 영화가 1990년대를 배경으로 해서 레트로 등 재미 요소가 많다”면서도 “당시 기업 문화나 여성 사원들의 업무 환경, 상고 출신 고졸 사원의 비애도 담고 있어 자영을 가볍게 그리고 싶지 않았다. 모든 사건을 관객에게 잘 전달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연기를 하다가 가슴이 철렁했던 순간이 있었다”며 “자영이 폐수 무단 방류 현장 증언을 하려고 검사에게 다가가 말을 거는 장면이 있다. 돌아오는 답은 ‘담배 좀 사다 줄래?’였는데 연기인 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서운하더라”고 털어놨다.

재미난 경험도 많았단다. 또래 여배우 세 명과 의기투합해 연기 합을 맞췄고 공중전화 부스, 가게 전화 등 옛 감성이 느껴지는 소품을 활용할 수 있어서다. 고아성은 “이솜, 저, 박혜수 배우가 모두 두 살 터울이지만, 영화 취지에 맞게 모두 친구로 지냈다”며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하고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성격도 많이 바뀌었다고. 그는 “에너지가 없던 사람인 제가 이번 작품을 한 뒤 씩씩해졌다”면서 “영화 찍기 전에 성격유형(MBTI) 검사를 하면 내향형이 나왔는데 이후에 다시 해 보니 외향형이 나왔다”고 웃었다. “이솜, 박혜수 배우와 영화 촬영 기간 합숙하며 허물없이 지냈어요. 든든한 친구가 생겨 기분이 너무 좋아요.”

다섯 살에 TV 광고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고아성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에 출연한 뒤 충무로 샛별로 떠올랐다. 이후 ‘설국열차’ ‘뷰티 인사이드’ ‘더 킹’ ‘항거: 유관순 이야기’ 등에서 주체적인 캐릭터를 연기하며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인터뷰 말미 자신의 연기 생활을 돌아보던 고아성은 “최근 흥미로운 말을 들었다”며 이렇게 덧붙였다. “배우가 연기하기 좋은 나이는 실제 나이보다 세 살 어리다고 하더라고요. 그 나이를 적당히 지나오고 나면 3년 뒤에 자신의 연기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수 있으니까요. 꾸준히 연기 고민을 하면서 ‘3살 어린’ 마음으로 연기할래요.(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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