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해운대 암소갈비집’ 간판 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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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의 노포 ‘해운대 암소갈비집’이 동일한 상호로 서울에서 운영 중인 식당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항소심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서울고법 민사 5부(재판장 김형두)는 26일 부산 ‘해운대 암소갈비집’이 서울 ‘해운대 암소갈비집’을 상대로 낸 부정경쟁행위금지 청구 소송에서 1심을 뒤집고 부산의 손을 들어줬다. 장기간 영업해 온 식당의 상호는 고유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이를 무단으로 사용하면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다.

부산 식당 1심 뒤집고 항소심 승소
“상호 무단 사용은 부정 경쟁 행위
55년 축적 재산적 가치 보호해야”

1964년부터 55년간 소갈비구이를 팔아온 해운대 암소갈비집은 부산을 대표하는 노포 중 하나다. 선대에 이어 식당을 운영 중인 윤성원 대표는 서울 분점을 준비하던 지난해 지인한테서 뜻밖의 말을 듣게 됐다. 서울에서 아직 차리지도 않은 분점을 봤다는 이야기가 그것이었다.

수소문 끝에 윤 대표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지난해 3월부터 서울 용산구에 해운대 암소갈비집 문을 열고 영업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이 식당은 사용하는 불판과 메뉴, 심지어는 내가 서예가에게서 구한 상호 서체까지 유사하게 사용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윤 대표와 부산 해운대 암소갈비집은 이를 부당영업이라고 주장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해운대 암소갈비집’은 지리적 명칭인 해운대와 상품의 성질을 표시하는 암소갈비로만 이뤄졌다. 여기에 ‘소문난’이 결합됐을 뿐 상표로서 식별력은 미약하다”고 했다.

그러나 항소심의 판단은 달랐다. 윤 대표 측은 ‘55년간 한자리에서만 영업을 해 왔고, 노포로서 명성을 쌓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고, 재판부는 '해운대 암소갈비집’이 축적한 명성·신용·품질 등은 재산적 가치를 갖는 것으로서 '법률상 보호할 이익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판결은 지역의 노포와 맛집이 앞다퉈 전국구 유통 체인에 입점하거나 서울에 분점을 개설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는 게 법조계의 평가다. 윤 대표는 “식당은 100년 이상 계속 해 나갈 생각인데, 항소심 재판부의 현명한 판결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권상국 기자 k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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