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보다 더 편해” 이건희 회장 신발은 ‘메이드 인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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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애용했던 선형상사의 맞춤형 신발. 선형상사 제공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별세하며 르노삼성 부산공장 설립, 부산사범초등학교 재학 등의 크고 작은 인연들이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숨겨진 이야기도 있다. 바로 고 이 회장의 신발이다.

이 회장은 발등이 높아 평소에 구두는 물론 업무 중 슬리퍼 신는 것도 매우 힘들어했다. 이탈리아 명품 신발들을 구해 신어 보기도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특수신발 제조사 선형상사
발등 높은 이 회장 발 스캔
운동화·구두·슬리퍼 제작

이를 잘 알고 있던 이 회장의 측근들은 항상 이 회장의 발 건강에 신경을 썼다. 그러던 삼성그룹의 안테나에 2013년 부산 선형상사 백호정 대표가 포착된다. 선형상사가 맞춤형 특수신발, 장애인 특수신발 분야에서 국내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기업으로 한참 주가를 올릴 때였다. 선형상사는 3D 스캐너를 이용해 발 모양을 분석, 신발의 골격인 라스트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신발 장인들이 신발을 만드니 특이한 발 모양에도 불편함 없이 신발을 신을 수 있었던 것. 백 대표는 이 회장 측의 요청에 3D 스캐너 등 측정기계를 들고 서울 한남동 사저를 방문해 직접 이 회장의 발 모양을 스캔한 뒤 이 회장 전용 슬리퍼, 운동화, 구두 등을 만들었다.

백 대표는 “이 회장이 신발을 신어 보고는 자리에 앉아서 발등을 툭툭 두드리며 ‘수천만 원짜리 이탈리아 신발보다 훨씬 편해. 고마워 백 대표’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당시 이탈리아 명품 신발 가격으로 고마움을 표했고 백 대표는 이 돈을 부산시 지체장애인협회에 기증했다. 이 소식을 듣고 이 회장은 다시 백 대표에게 자신이 입는 명품 양복을 선물로 줬다고 한다.

백 대표와 이 회장의 인연은 이후에도 이어졌지만 2014년 이 회장이 쓰러지며 다시 선형상사의 신발을 신은 이 회장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됐다. 부산 남구 문현동 선형상사 사무실에는 주문은 하고 찾아가지 못한 이 회장의 신발이 아직 남아 있다. 장병진 기자 joyf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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