秋 “검찰총장의 선 넘은 발언… 지휘감독관으로서 대단히 송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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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대법원, 감사원, 헌법재판소, 법제처 종합감사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다소 ‘거칠게’ 자신을 향해 작심 발언을 쏟아낸 윤석열 검찰총장의 행동에 대해 ‘사과’했다. 윤 총장 언행을 강한 어조로 반박하는 대신, ‘부하의 나쁜행동’을 품어 주는 상급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추 장관은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하는 총장으로서 선을 넘는 발언이 있었다”며 “대단히 죄송스럽고, 지휘감독관으로서 민망하게 생각하고 이 자리를 빌려서 송구하다는 말씀드린다”고 했다.

법사위 국감서 尹 발언 대신 사과
반박 않고 상급자 면모 과시
‘총장 수사 배제’ 조목조목 설명
尹 총장 감찰 대상 포함 예고

앞서 대검찰청 국감에서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며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부당성을 주장한 윤 총장의 행동에 대한 입장을 ‘과격하지 않은’ 방법으로 비판한 셈이다. 윤 총장 발언을 탄핵하는 동시에, 상하관계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추 장관은 이날 윤 총장을 수사에서 배제한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고, 그가 감찰 대상이 될 것임을 예고했다.

우선 ‘법무부 장관이 총장의 상급자냐’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의 질문에 “맞다”며 총장에 대한 지휘·감독권이 있다고 못 박았다. 그는 “부하라는 단어가 생경하다”며 ‘부하 논란’을 불러온 윤 총장 발언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이 “바로 이 자리, 2016년 7월에 ‘박연차 게이트(사건 수사의) 직속상관이 홍○○이고, 핵심 부하가 우병우’라고, 핵심 부하라는 표현을 추 장관이 먼저 썼다”고 지적하자, 추 장관은 “기억은 없지만, 의원이 찾았다니 부정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이어 윤 총장을 라임자산운용(라임) 로비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제한 것은 “적법한 수사 지휘였다”고 했다. 그는 “여당 정치인에 대해선 반부패부를 통해 보고됐지만, 야권 정치인에 대해선 사전보고뿐 아니라 사후보고조차 없었던 게 문제”라며 “그 부분에 상당히 의심스러운 점이 많아 장관으로서는 법에 의한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게 적법하고 긴박했다”고 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옵티머스 사건을 무혐의 처분한 것에 대해서는 감찰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22일 대검 국감 도중 검사 비위 은폐 등 의혹을 감찰하라 지시한 것을 두고도 “국감 도중 총장이 상당 부분을 부인한다는 점이 보고됐다”며 “총장이 몰랐다는 것도 의혹이어서 새로운 감찰 사안이 생긴 것”이라고 했다.

추 장관은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이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임기를 지키라고 전했다”는 윤 총장 발언에 대해서도 문제 삼았다. 그는 “제가 당 대표로서 (현재의)대통령을 접촉한 기회가 많이 있었고, 그분의 성품을 비교적 아는 편”이라며 “절대로 정식 보고라인을 생략한 채 비선을 통해 어떤 메시지나 의사를 전달하실 성품이 아니다”고 했다. 이어 “이런 자리(국감)에서 확인되지 않는 이야기를 고위 공직자로서 하는 건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 퇴임 후 거취에 관한 언급도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추 장관은 “검찰을 중립적으로 이끌어야 할 수장으로서 내일 당장 정치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이 자리에서만큼은 ‘저는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어야 한다”고 했다. 윤 총장은 “퇴임 후 사회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 보겠다”고 말해, 정계 진출 가능성을 열어 둔 것으로 읽혔다.

추 장관은 자신의 사퇴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다는 질문에는 즉답을 피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국민의 50% 이상이 추 장관에 부정적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소개하자, 추 장관은 “군 복무를 충실히 마친 아들에 대해 언론이 무려 31만 건을 보도했다. 무차별 보도하고 여론조사를 한다면 저렇겠죠. 의원님도 장관 한번 해 보십시오”라고 응수했다.

민주당은 이날 윤 총장에게 화력을 집중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대검에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답지한 장면을 촬영한 사진을 국감장에 띄우고는 “이렇게 나열해 놓고 본인이 정치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식으로 위세를 보이는 태도는 매우 잘못됐다”고 했다. 검사 출신 소병철 의원은 “대선 판을 흔드는 검찰총장이다. 특정 세력이 지지해 대권 주자로 부상했지만, 반대로 검찰 신뢰도는 꼴찌가 됐다”며 “탄식이 나온다”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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