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명 건축물, ‘찰나의 예술’로 대중과 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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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디다 회퍼 첫 부산 사진전

칸디다 회퍼의 ‘La Salle Labrouste-La Bibliotheque de l’INHA Paris II’. 국제갤러리 제공

루브르박물관에 전시된 명화 ‘모나리자’ 앞에 사람이 없다. 볼쇼이극장도 텅 비어 있다. 한낮의 파리 리슐리외 국립도서관을 완전히 비워 놓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사람. 칸디다 회퍼의 사진이 남다른 이유가 여기 있다. 초청을 받아서 사진을 찍으니 사전에 협의된 상태에서 원하는 시간에 아무도 없는 공간을 찍을 수 있다. 그는 세계 각국 유명 도서관, 극장, 박물관 같은 곳들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독일의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 개인전이 부산 수영구 망미동 국제갤러리 부산에서 11월 8일까지 열린다. 칸디다 회퍼는 뒤셀도르프 아카데미에서 영화와 사진을 배웠다. 그는 파리 루브르박물관,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주박물관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뉴욕 현대미술관,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11월 8일까지 국제갤러리서
초기부터 최근 작품까지 총망라
공간을 평면화시킨 촬영 ‘눈길’
다양한 장소에 담긴 시간의 흔적
인적 없는 곳서 사람 존재 느껴져

이번 개인전은 부산에서 회퍼의 사진을 소개하는 첫 전시로 그의 초기 작품부터 최근 작품까지 아우른다. 회퍼는 대형 카메라를 사용해 문화적 공공장소의 내부 공간을 찍는다. 그가 공간을 바라보는 시선과 그것을 사진으로 옮기는 방식이 남다르다. 다양한 장소를 담은 회퍼의 사진에 관통하는 주제로 ‘시간’ 또는 ‘시간의 흐름’이 중요하게 자리한다. 그래서일까? 아무도 없는 공간을 찍은 그의 사진 속에서 사람의 존재가 느껴진다.

루브르박물관 ‘모나리자’ 그림 앞을 찍은 사진에 대해 회퍼는 “그림은 작고 공간은 넓었다. 그 앞에 많은 의자가 놓였는데 빈 의자에 사람의 에너지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리슐리외 도서관을 찍은 사진도 구석 자리 어딘가에 사람이 앉아 있을 것만 같다. 특히 이 사진은 멀리 중앙에 위치한 도서관 출입문으로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강한 인상을 준다.

회퍼의 사진은 공간을 원근법 없이 평면적으로 잡아내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사진의 윗부분에서 더 두드러진다. 리슐리외 국립도서관이나 쾰른의 본 채플을 찍은 사진을 보면 천장 쪽을 납작하게 눌러 놓은 듯 평면성이 강하게 드러난다. 해당 공간의 기본 조명과 자연광만으로 철저하고 세밀한 계산을 통해 이런 사진을 찍었다는 점이 놀랍다.

세 폭의 사진이 연결된 작품은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개러지뮤지엄을 찍은 사진이다. 100년 전 유명 레스토랑이었다가 폐허가 된 곳을 미술관으로 개조한 장소다. 회퍼는 “계단만 새로 만들고 나머지 공간은 예전 그대로 보존된 곳이다. 공간 대비가 마음에 들었는데 한 프레임에 안 잡혀서 세 장으로 나눠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퍼가 작업 초기와 최근에 핸드헬드 카메라로 찍은 사진들이 함께 전시된다. 2016년 작품은 소형 디지털카메라를 사용했다. 여행지에서 만나는 일상의 공간을 담은 이 사진은 카페 풍경 속 살짝 비뚤어진 조명이 편안함을 준다. ▶칸디다 회퍼 개인전=11월 8일까지 국제갤러리 부산. 051-758-2239.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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