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가까이 만난 대중과 위로 나누고 싶어 출연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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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회 BIFF] 영화 ‘송해 1927’ 주인공 ‘국민 MC’ 송해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린 영화 ‘송해 1927’ 관객과의 대화에서 송해 씨가 질문에 답하고 있다. BIFF 제공

“인생이 평탄하게 마음대로 흘러가는 건 아닙니다. 괴롭고 힘든 일을 겪을 땐 혼자 끙끙대지 말고 사람들과 같이 나눠야 해요. 작은 일에 마음 아파하지 말고, 늘 몸 건강히 즐겁게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방송인 송해(93) 씨는 영화 ‘송해 1927’을 선보인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올 BIFF의 와이드앵글 섹션 다큐멘터리 경쟁 부문에 초청된 ‘송해 1927’ 주인공으로 부산을 찾았다. 26일 오후 관객과 대화 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출연자 대기실에서 <부산일보>와 만나 “기분이 말할 수 없이 좋다. 누가 뭐래도 내가 영화제 최고상 탄 기분”이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다큐 경쟁부문 초청, 비프 찾아
‘전국노래자랑’ MC 개인사 담아
30년 전 아들 잃은 참척의 슬픔
고향 황해도에 대한 그리움 아련
“영화가 관객에게 작은 위로 되길”

■영화 ‘송해 1927’ 주인공

영화는 1927년생인 ‘방송계 대부’의 인생을 그린다. 한국 최고령 현역 방송인이자 최장수 프로그램 MC인 송해 씨의 개인사가 작품에 주로 담겼다. 그는 “관객들을 봐서 너무 기분이 좋다”며 “영화 단역은 몇몇 해 봤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주인공인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행복해했다. 그는 “처음에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땐 매우 주저했다”면서 “악극단 시절부터 60여 년 가까이 대중을 만났다. 영화에선 무엇을 보여 드려야 하나 걱정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출연을 결정한 건 대중과 ‘위로’의 감정을 나누고 싶어서란다. 그는 “저보다 더 고통스럽고 아픈 기억이 있는 분도 많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서로를 위로하고 싶었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는 30년 전 먼저 하늘로 보낸 아들의 노래를 처음 듣는 그의 모습을 꼽았다. 그는 “제가 (아들이)노래하는 걸 반대했었다. 연예계 생활을 아니까 더 그랬던 것 같다”며 “그 녀석이 직접 작사, 작곡해서 녹음한 노래를 처음 들어 봤다. 듣고 나니 심신을 달랠 길이 없더라”고 했다. 잠시 눈시울이 붉어진 송해 씨는 잠깐 말을 멈춘 뒤 다시 말을 이어 갔다. “다시 한번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부모 마음을 자식이 모른다고 하는데, 사실 부모도 자식 마음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크게 뉘우쳤습니다.”

영화엔 그가 고향인 황해도 재령을 그리워하는 모습도 곳곳에 담겼다. 그는 “제 고향이 아시다시피 북녘이다. 아마도 제가 살아생전 부모님의 무덤 앞에 가서 불효를 비는 기회가 있을까 싶다”며 “가서 ‘전국~ 노래자랑!’ 한번 외쳐 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부산은 ‘제2의 고향’이다. 한국 전쟁 때 고향에서 피난선을 탔던 그는 부산에 내려 삶의 터전을 일구고 생활 기반을 마련했다. 그는 “당시 피난선이었던 화물선에 3000명 정도가 타고 있었다. 그때 처음 내린 곳이 부산 북항의 화물 전용 부두”라며 “이번에 영화제 오면서 겸사겸사 부두 옆을 지났는데 감회가 새롭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에 자리 잡고 4년여간 살아서 이곳에 친구가 많다. 어딜 가다가 시간이 뜨면 늘 부산에 와서 놀다 간다. 태종대를 특히 좋아한다”고 했다. 부산의 대표 문화 행사인 BIFF와 부산국제코미디페스티벌도 즐겨 찾는단다.

아흔셋의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활력 있는 모습을 보인 그는 인터뷰 말미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 사람을 안 만나곤 못 삽니다. 만나면 인연이 남아야 하고, 오래오래 잘 사귀어야 하지요. 우리 영화가 여러분들 살아가시는 데 작은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국민 MC’ 진행 GV 분위기 ‘후끈’

이날 영화는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됐는데, 관객들은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갈 때까지 박수를 멈추지 않았다.

‘국민 MC’의 진행 실력은 GV에서도 빛을 발했다.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등장한 그는 시종일관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관객의 감탄을 자아냈다. 종종 “마스크 때문에 (강소원)프로그래머의 질문이 잘 안 들린다”며 마이크를 들고 직접 근처로 가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여 객석에 웃음을 안겼다.

그는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보시니까 어떠세요? 마음에 찡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있으셨습니까? 많이 있으셨나요?”라고 유쾌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그가 던진 “여러분 저 잘했다고 생각하시나”라는 질문에 관객이 박수로 답하자 “소리가 작다”고 재치 있게 응수하기도 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그는 관객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하고 사진을 찍으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하늘연극장 앞 로비로 나간 그는 행사를 찾아 준 데 고마운 마음도 일일이 전해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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