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우수의 소야곡 / 김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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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해?

칼 갈아

무슨 일 있어?

칼 간다니까

내가 뭐 잘못했어?

칼 가는데 뭔 헛소리야

칼을 간다니까 그러지

나는 숫돌에 칼도 갈면 안 돼?

숫돌 산 거 왜 나는 몰랐을까

호미랑 낫이랑 개줄도 사왔다 어쩔래

안 물을게 마저 칼이나 더 갈아라

안 갈리는데 가서 칼이나 더 사오든가

타고난 끼냐 장기냐 숨은 재능의 여부를

어쩌다 식칼 가는 데서 되찾아버린

그녀가 그년으로 불리기까지

딱 한 사람

딱한 사람만

지졌다가

지쳤다가



우리 이러지 말자


-김민정 시집 중에서-

 왜 우리 집 이야기가 여기에 있나. 괜히 주위를 둘러본다. 사는 게 신통치 않고 네 탓 같기만 할 때 칼을 간다. 이럴 땐 ‘뭐해?’라는 다정에도 심기가 불편해서 번번이 판을 뒤집는다. 고양이 새끼 같았던 그녀가 호랑이로 변하는 사이 ‘딱 한 사람’이었던 그가 ‘딱한 사람’으로 자리를 잡는다. 지지고 볶아도 해결되는 것은 없고 매번 우리 이러지 말자, 이러지 말자면서 환갑 진갑 다 넘는다. 열렬한 연애 끝에 결혼한 친구가 중년 넘어 남편을 보니 문득 옛날의 그 남자는 어디로 갔나 싶었단다. 그 남편도 옛날의 그 여자는 어디로 갔나 싶지 않았을까. 김종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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