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 미루고 수수료만 챙기는 KT의 ‘동백전 반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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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지역화폐 동백전의 운영대행사인 KT가 부산시와 합의한 내용 중 온라인 쇼핑몰 구축 등 중요 항목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지역 안에서 화폐가 유통돼 지역경제를 살리자는 지역화폐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부산시의회가 신라대학교에 의뢰한 동백전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KT와 부산시는 동백전 운영과 관련해 총 30여 가지 항목에 합의했다. 그 내용 중 온라인 쇼핑몰 구축은 동백전의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내용으로 꼽힌다. 동백전 플랫폼에 입점한 지역 외 업체들에게 입점 수수료를 내도록 하면 국비와 시비로 인센티브 예산 등을 지원하는 현재 구조의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와 합의안 제대로 안 지켜
온라인 쇼핑몰 운영 미적대고
구·군 간 중층구조 연계도 불발
“충전 시스템뿐인 플랫폼 전락”
시의회 용역보고서서 문제 제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온라인 판로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현재 동백전 내에 온라인 쇼핑몰은 구축되지 않은 상태다.

부산시와 KT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운영 방식을 둘러싼 동백전 정책위원회와의 갈등 때문에 구축이 늦어진 상태로, 올해 안에 온라인쇼핑몰을 열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계약 만료 시점인 연말이 다 되도록 온라인쇼핑몰을 구축하지 못해 사실상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또 KT가 제안한 방식의 쇼핑몰 운영은 한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동백전 정책위원회 위원은 “동백전 플랫폼에 입점한 지역업체가 별도 수수료를 또 내야 하는 구조”며 “정책위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을 들고와서 쇼핑몰 구축이 안 된 원인을 떠넘기는 식”이라고 반발했다.



부산시와 각 구·군이 유기적으로 연결해 사용할 수 있는 중층구조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역보고서는 기초지자체 단위에서 업종이나 사용처 제한을 할 수 있는 중층구조가 만들어져야 지역화폐가 활성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각 지자체의 상황에 맞게 인센티브를 주는 업종을 결정하거나 핵심적으로 추진하는 정책과 관련한 정책수당을 지급하는 형태가 돼야 지역화폐의 유통이 원할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동백전에 참여하는 구·군은 전무한 상황이다.

부산시는 각 기초지자체장들이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 광역단위로 운영되는 ‘동백전’을 활용하기보다 별도의 지역화폐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일선 지자체에서는 각 지역 상황에 맞도록 동백전을 활용할 수 없는 시스템의 한계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부산의 모 구청 담당자는 “지역별로 원하는 부가서비스와 발행 형태나 규모, 캐시백 예산 지원금액 등이 모두 다르다”며 “동백전 시스템은 그 특성을 모두 반영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남구도 지폐 형태의 발행을 추진했지만 동백전은 체크카드 형태여서 별도 지역화폐인 ‘오륙도페이’ 발행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역보고서는 지역경제 선순환체계구축과 지역공동체 강화, 지속가능한 지역화폐구현 등 지역화폐 기본 방향의 상당 부분을 현재 동백전 플랫폼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KT에 100억 원 규모의 전국 최고 수준 운영수수료를 지불한다. 지역화폐 전문가는 “지폐 형태는 종이로 찍어내기 때문에 종잇값이라도 들지만 동백전은 체크카드 형태이기 때문에 발행금액에 비례해 운영수수료를 지불하는 구조는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연구 용역에 참여한 인제대 송지헌 교수는 “지역화폐 운영 플랫폼은 구·군마다 특성을 반영할 수 있고, 온라인 쇼핑몰 등 다른 부가 서비스를 다양하게 지원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 중요하다”며 “현재 플랫폼은 충전만 가능한 시스템으로, 지역화폐의 기본 도입 취지를 살리는 데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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