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부산건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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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은 받는 사람에게도 영광된 일이지만, 주는 사람의 뿌듯함도 그에 못지않다. 개인의 자격으로 그러한 상의 수상작을 선정하는 일에 동참한다는 것 또한 무척 영광이라 생각한다. 지난 9월 우리는 올해의 수상작을 선정하였다. 2003년 ‘부산다운건축상’으로 출발한 상이 올해로 18번째의 수상작을 내었다.

‘다운’이란 말을 떼 내어버리고 ‘부산건축상’이라는 이름을 단 것은 작년부터다. 지역성의 탈피는 물론 건축을 접하는 시각의 편협함 버리고 건축 본질의 의미를 더 깊이 가져보자는 것이 취지였다. 여러 사람의 의견으로 이름이 바뀐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었다. 경제나 기술뿐만 아니라 문화마저 하나의 흐름과 지점을 향해 가는 이른바 글로벌 사회에서 ‘부산다운’이란 말로 지역화한다는 것은 얼마나 좁은 생각인가 성찰한 것이다.

올해 18회째 맞은 부산건축상
예년보다 적은 30여 점 출품
규모는 줄어도 고른 수준 다행
 
젊은 건축가·생각 있는 건축주
마음 모아 빚은 작은 건축들 눈길
지역성은 작은 곳에서 나오는 듯



그도 그럴 것이, 상의 대상이 되는 부산의 건축은 이미 세계화되고 있다. 규모, 양식뿐만이 아니라 심지어 설계자, 시공자 등의 인적 분야마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알려진 바와 같이, ‘영화의 전당’은 오스트리아 건축그룹 쿱_힘멜브라우의 작품이고, 마린센터의 한 주상복합 건물은 홀로고스트박물관으로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유명건축가 다니엘_리베스킨트의 솜씨이다. 그 외에도 건축가들에게는 익숙한 외국 건축가들이 이미 많은 작업을 하였다.

물론 국내 건축가들보다 외국의 유명 건축가들의 작품이 더 조명되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건축이 세계 문화 시장의 상품이 되고 경쟁 대상이 된 바에는 국제적 명성의 건축가의 현물이 부산에 있다는 것은 꽤 유의미한 일이다. 그들의 건축이 매년 수상 대상으로 거론된다는 것은 상의 저변을 위하여 매우 고무적이다.

그렇다고 하여 국내 건축가들의 작품이 결코 그들의 작업에 못 미친다고 말할 수 없다. 부산이 지역의 한계성을 탈피하고자 마음먹은 순간부터 국내의 많은 건축가의 관심이 부산으로 쏠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건축가의 눈에 부산만큼 매력적인 장소는 없을 것이다. 푸른 바다와 적당한 높이의 산과 그것이 늘 바라보이는 언덕과 사철 훈풍이 부는 따듯한 기후. 멋진 건축을 이루기에 이만큼 좋은 곳이 있을까? 아무튼 ‘부산건축상’은 전국 건축가들의 노리고 있는 상임이 분명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지역성을 버림으로써 지역의 가치는 빛나고 있다.

하지만 건축이 실물 경기에 민감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작년에 80여 점이 출품된 데 비하여, 올해는 30여 점의 작품이 출품되었다. 하지만 출품작이 오픈되자마자 바로 느꼈다. 숫자가 준다고 하여 건축의 질이 떨어지고, 건축의 규모가 작아진다고 하여 건축가의 열정이 축소되지 않음을. 오히려 수준 고른 분포가 큰 안도감을 던졌다. 작년 한 해 동안 부산의 거리를 품위 있고 아름답게 바꾸고 있었던 건축들이다.

특히 올해에는 부산의 젊은 건축가와 생각 있는 건축주가 마음을 모아 빚어 놓은 작은 건축들이 유달리 눈에 띄었고, 그중 몇몇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그들은 토종 건축가답게 부산의 거리와 산과 바다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고, 부산 사람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더 잘 읽었다. 그리하여 작고 차분한 건축들은 앉은 땅과 과하지 않게 만나고, 그 건축 속에 움직이는 사람들의 표정은 한없이 행복해 보였다. 그리고 그 모두가 어울려 하나의 아름다운 건축문화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 비로소 그것이 부산다운 것임을 알았다. 아~ 지역성은 이런 작은 곳에서 나오는구나. 그것은 땅과 하늘과 바다와 잘 어우러질 때 나오는 그런 것이었구나. 나는 특히 작은 건축들을 이루어 낸 올해의 수상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이종민 종합건축사사무소 효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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