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명희 지지”… ‘WTO 총장’ 선임 끝까지 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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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지난 28일(현지시간)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으로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공식 지지하고 나서면서 나이지리아 후보 쪽으로 기울었던 판세가 변곡점을 맞을지 주목된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은 WTO의 차기 사무총장으로 한국의 유명희 본부장이 선출되는 것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USTR은 “지금 WTO와 국제 통상은 매우 어려운 시기이며, 25년간 다자간 관세 협상이 없었고 분쟁 해결 체계가 통제 불능”이라며 “유 본부장은 이 조직의 효과적인 지도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량을 갖췄다. 현장에서 직접 해본 경험이 있는 누군가가 이끌어야 한다”고 지지 의사를 나타냈다.

나이지리아 후보로 기울던 판세
“통상전문가” 지지로 변화 주목
EU 등 치열한 물밑 외교전 예고
미국 對 중국 대리전 양상 치달아
회원국별 사상 첫 투표 가능성도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인 유명희(왼쪽)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나이지리아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연합뉴스·AFP연합뉴스



WTO 사무총장 선거를 관장하는 데이비드 워커 WTO 일반이사회(GC) 의장과 다시오 카스티요 분쟁해결기구(DSB) 의장, 하랄드 아스펠륀드 무역정책검토기구(TPRB) 의장 등 3명은 앞서 이날 오후 WTO 본부에서 열린 전체 회원국 대사급 회의에서 나이지리아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가 결선 라운드에서 더 많이 득표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 직속기관으로 미국의 통상정책을 전담하는 USTR이 공식 성명을 통해 오콘조이웨알라 후보에 사실상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쪽으로 기울던 다른 회원국들의 입장 변화 여부를 비롯한 향후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는 총 163개 회원국(자체 투표권 없는 유럽연합 제외) 중 104개국의 지지를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두 후보가 애초 예상보다는 지지도에서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

WTO 사무총장은 모든 회원국의 컨센서스(의견 일치)를 얻어야 최종 선출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유 본부장 공개 지지 선언 이후 치열한 물밑 외교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27표를 보유하고 있는 유럽연합(EU)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공을 들이고 있어 오콘조이웨알라 쪽에 서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쪽으로 기운 판세가 반전을 맞이하려면 EU와 중국의 입장 변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WTO 사무총장 선거가 미국과 중국 간 대리전이 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은 미국과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있고 경제적으로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이다. 미국은 중국과 WTO 개혁 문제는 물론 전방위에 걸쳐 첨예한 갈등을 빚고 있다.

아울러 EU도 무역 등에서 미국과 갈등을 빚어 왔다.

외신들은 만약 다음 달 9일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회원국별 투표가 사상 최초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다음 달 3일 치러지는 미국의 대선 결과가 차기 WTO 사무총장 선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비토로 WTO의 혼란을 야기했다”며 “새 총장을 선출하려는 노력이 장애물에 부딪혔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미 판세가 오콘조이웨알라 후보 쪽으로 상당히 기울었고, 트럼프 대통령에 의한 동맹국과의 갈등 자초 등으로 미국의 글로벌 리더십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유 본부장이 판세를 뒤집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WTO는 컨센서스 도출 과정을 거쳐 회원국이 합의한 후보를 다음 달 9일 열리는 특별 일반이사회에서 차기 사무총장으로 추대한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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