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NC 다이노스와 롯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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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현실을 직시하고 내실을 기해야 할 때이지, 무턱대고 구단 수를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무엇보다 다른 부실 구단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냉철하게 접근해야 한다.” 1982년 출범한 한국프로야구가 30살이 되던 2011년 초, 9구단 창단 여론이 무르익자 롯데 자이언츠가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당시 롯데는 “8구단 체제가 무너지면 프로야구의 질적 수준 저하가 불 보듯 뻔하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9년. 9구단 NC는 올 시즌 정규리그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11년 창단 후 9년, 2013년 1군 무대 데뷔 8시즌 만이다. 데뷔 첫해 7위에 오르며 가능성을 보인 NC는 이듬해인 2014년 2년 차 막내 구단으로서 당당히 정규리그 3위라는 성적을 거두며 가을야구 무대를 밟았다. NC는 이후 딱 한 차례(2018년 10위)를 제외하고 꾸준히 가을야구를 즐겼다. 지금 ‘신생 구단’ NC를 약자로 부르는 이는 아무도 없다.



같은 기간, 수준 저하를 우려하던 롯데의 성적표는 어땠을까? 2013년 5위(당시에는 4위까지 포스트시즌 진출)에 머물며 시즌을 조기 마감한 롯데는 NC가 3위에 오른 2014년 7위에 그치며 가을야구를 TV로 지켜봐야 했다. 이후로도 하위권을 맴돌며 ‘사직노래방’ 열기를 가을로 이어 가지 못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사이 롯데가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적이 딱 한 번 있긴 있었다. 5년간 일본과 미국에서 활약하던 이대호가 복귀한 2017년, 당당히 3위를 차지하며 부산갈매기의 어깨를 들썩이게 만들었을 때 말이다. 당시 3위와 4위 팀이 홈 앤드 어웨이 방식의 준플레이오프를 펼쳤는데, 4위는 NC였다. 낙동강을 사이에 둔 지역 라이벌(‘라이벌’이라는 표현을 두고 NC 팬들이 싫어하지만) 대결에선 NC가 3승 2패로 롯데를 따돌리고 2위 두산이 기다리던 잠실로 향했다.

다시 올 시즌 얘기다. 공교롭게도 10구단 체제 ‘막내’ kt 위즈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반면 원년 멤버인 롯데와 삼성은 ‘수준 이하’ 플레이를 남발하며 구경꾼 신세에 머무르게 됐다. 나이만 많다고 어른 대접받던 시대는 끝났다. 프로 스포츠 세계에서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한 분야에서 오래 몸담은 경험이 존경의 이유가 될 수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는 ‘꼰대’로 불리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현실을 직시하고 내실을 기해야 함은 당연하다. NC 다이노스의 2020 정규시즌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김희돈 교열부 부장 happ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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