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예술은 인간을 영원히 움직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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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언택트(Untact·비대면)’는 친숙한 일상의 언어가 됐다. 이런 가운데 최근 비대면 소통 수단으로 온라인을 통한 접촉인 ‘온택트(Ontact)’가 활성화하고 있다. 최근 부산지역 문화예술 현장에서도 온택트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당신이 걷는 길이 어두울 때/당신은 앞에서 인도하는 하나님의 빛을 보게 될 수 있기를/(중략)/당신의 삶에 그림자가 드리워질 때 여전히 기억할 수 있기를/당신은 결코 혼자 걷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산국제합창제 영상합창 전환
부산국제광고제도 온택트 행사
예술과 디지털 기술 접목한 시도
코로나 시대 함께 건너는 법 제시

지난달 24일 ‘제16회 부산국제합창제’가 열린 부산 해운대구 우동 소향씨어터 신한카드홀. 부산교사합창단과 미국 오하이오주 영스타운주립대의 ‘다나 코랄’로 결성된 ‘가상 합창단(Virtual Choir)’이 성가 ‘혼자 걷지 않아(You Do Not Walk Alone)’를 합창하는 영상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상영됐다. 합창 영상은 당일 부산국제합창제 유튜브로도 실시간 중계됐다.

한국과 미국의 두 합창단은 서로 만난 적이 없다. 단원들은 집이나 연습실에서 같은 음원을 대상으로 각자 파트를 부른 뒤 영상을 촬영해 지휘자에게 보냈다. 지휘자는 음원과 영상을 편집해 두 합창단이 가상 공간에서 함께 노래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비록 몸은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이들이 만들어낸 하모니는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물리적 거리를 뛰어 넘어 천상의 앙상블을 만들며 코로나 극복 의지와 연대의 가치를 노래했기 때문이다. 두 합창단이 함께 나온 영상은 ‘그 무엇도 우리가 함께 노래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는 제16회 부산국제합창제의 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올해 부산국제합창제는 코로나 팬데믹 상황을 반영해 이처럼 ‘영상합창 페스티벌(Virtual Choir Festival)’이란 온택트 형식을 시도했다. 한국, 미국, 필리핀, 스페인, 캐나다, 베네수엘라, 스웨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9개국 12개 합창단이 가상 합창단으로 참여했다.

미국 유명 작곡가이자 합창지휘자인 에릭 휘태커가 2010년 가상 합창단을 최초로 탄생시켰다고 한다. 휘태커는 코로나 팬데믹 극복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세계 129개국 1만 7500여 명으로 이뤄진 대규모 6번째 가상 합창단을 만든 뒤 지난 7월 공연을 유튜브에 올려 주목받았다. 작년까지 합창의 한 장르에 불과했던 가상 합창은 언택트 시대에 온택트를 통해 가장 강력한 예술 장르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첨단화하는 영상과 음향 기술은 앞으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가상 합창을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도용복 부산국제합창제 조직위원장은 이날 “비록 몸은 함께 할 수 없지만, 노래와 합창을 사랑하는 모든 이는 어디서든 하나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의 고통을 합창으로 이겨내자”며 감성을 적시는 메시지를 전했다.

코로나 시대에 ‘2020 부산국제광고제’도 온택트 광고제로 자리 잡는 성과를 거뒀다. 이 광고제는 2008년 1회 대회부터 세계 최초로 온·오프라인 융합 광고제를 열어왔다. 지난해까지 광고 출품과 예선 심사를 온라인으로 했고 본선 심사는 오프라인으로 했다. 올해는 본선 심사도 온라인으로 해 수상작을 선정했다. 세계 유수 광고제들이 코로나 팬데믹으로 줄줄이 취소된 데 비해 선전한 셈이다. 온라인 진행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된 덕분이었다.

부산국제광고제(집행위원장 최환진)는 지난달 22일부터 홈페이지(www.adstars.org)에서 ‘온택트 페스티벌’을 열며 수상작 쇼케이스, 온라인 전시와 콘퍼런스, 온라인 공모전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 행사는 지난달 23일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홈페이지에서 온택트 페스티벌을 계속 열 계획이다. 그랑프리 이상의 수상작과 특별상, 영스타즈, 뉴스타즈 금상까지 다양한 수상작을 온라인으로 접하며 세계 광고의 트렌드를 접할 수 있다. 또 ‘불확실성 시대의 브랜드를 재조망하다’, ‘온택트 시대의 새로운 기회, 이커머스’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 콘퍼런스도 흥미로웠다.

부산심포니오케스트라(BSO)는 지난달 26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제50회 정기연주회로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해 ‘오마주 투 베토벤’을 열었다. 청각 장애를 겪으면서 심오한 명곡을 작곡해 절망으로 탄식하는 이들에게 한 줄기 빛을 선사한 베토벤에게 경의를 표하는 연주회였다. 오충근 BSO 예술감독은 “코로나19는 인간을 잠시 멈추게 하지만, 예술은 인간을 영원히 움직이게 한다”라고 했다. 이 말처럼 문화예술은 ‘코로나 시대’를 함께 건너고 극복하게 하는 삶의 원동력이다. 

/김상훈  문화부 문학종교팀장.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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