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개월 반 만에 정상 수업, 가정은 ‘화색’ 학교는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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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초·중·고 전면 등교 첫날

부산 지역 전체 1018개 학교 중 92.6%에 해당하는 943개교가 2일부터 전 학년 등교를 시작했다. 8월 중순부터 원격수업과 부분 등교가 이뤄진 지 2개월 반 만이다. 전면 등교를 시작한 학교에서는 학생, 교사, 학부모 대부분이 저마다의 이유로 등교를 반겼다.


“선생님·친구들 만나서 좋아요”
등굣길 학생들 얼굴엔 웃음 가득
전면 등교서 제외된 과밀학급
“우리만 소외 답답, 방법 없나요”




코로나19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전 학년이 등교하는 전면 등교수업이 시작된 2일 오전 부산 금정구 부곡동 동현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등교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학생들이 칸막이가 설치된 교실에서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해방의 날’ 집집마다 화색

2일부터 부산 지역 대부분 학교에서 전 학년 등교가 시작되면서 집집마다 아침부터 활기가 돌았다.

맞벌이를 하는 직장인 김형민(43) 씨는 “아침에 딸이 교과서와 준비물을 가방에 잔뜩 넣어 양손에까지 들고 가는 걸 보니 조금 안쓰럽긴 했지만, 솔직히 해방이란 게 이런 건가 싶었다”면서 “정상적인 등교가 계속 이어지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아이가 학교에 가지 않는 날이면, 회사에 양해를 구하고 재택근무를 하며 아이를 돌봐 왔다. 김 씨는 “회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이제는 몸도 마음도 가벼워졌다”고 말했다.

차경미(47) 씨도 “학습 결손 걱정에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불안감, 밥을 제대로 챙겨 주지 못해 아이를 방치하고 있다는 죄책감 등으로 마음이 너무 무거웠는데 이제 벗어날 수 있어 너무나 좋다”면서 “무엇보다 이제 아이와 좀 덜 싸울 수 있을 것 같아 그것도 아주 다행이다”고 안도했다.



■학교는 학교대로 “너무나 좋은 걸”

학교도 모처럼 학생들로 넘쳐나 활기를 되찾았다. 아침 등굣길은 학년마다 시차를 두긴 했지만, 학생들로 북적였다.

부산진고 정선락 교장은 “교사들도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랴, 아이들 출석 챙기고 방역 챙기랴 힘들었는데 전면 등교 후 아이들 눈 맞춰가며 수업을 하니 너무 좋다고 한다”면서 “학생들도 집에만 갇혀 있다가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친구들도 보고 같이 공도 차고 하니 좋은지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고 말했다. 팀별수업이나 실험 등 원격으로는 진도를 나가기 힘들었던 수업들도 다시 원활하게 할 수 있게 됐다.

초등학교 3학년 김나현 학생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매일 볼 수 있어 기쁘다”면서 “그래도 딱 한 가지 싫은 건 숙제”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학교가 좋은 진짜 이유는 ‘급식’ 때문이다. 고등학교 2학년 정지우 학생은 “끼니를 라면이나 인스턴트 식품으로 때우는 경우가 많았는데, 학교 와서 따뜻하고 맛있는 밥을 먹으니 정말 좋다”면서 “물론 친구들을 매일 볼 수 있는 것도 참 좋다”고 말했다.

정 교장도 “학교와 가까운 곳에 사는 학생들의 경우 학년 등교일이 아닌데도 점심시간에 급식실에 와서 밥을 좀 달라고 했을 정도였다”고 학생들의 ‘급식 사랑’ 분위기를 전했다.

고등학교의 경우 수능 1주일 전부터 전면 원격수업에 들어가야 해 전면 등교는 오는 25일까지만 이어진다. 26일부터 수능일 전날인 다음 달 2일까지 일주일간 원격수업으로 전환된다.

연지초등의 경우 과밀학교로 이날 전면 등교는 하지 않았지만 1, 2학년 방과후 수업을 시작했다. 정은이 연지초등 교장은 “방과후 수업 시작만으로도 학생과 학부모가 너무도 좋아했다”면서 “특히 1학년들은 처음 방과후수업이라서 긴장하기도 했지만 신나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매일 등교 안 하는 7.4% 학교

2일 부산 지역 대부분의 학교는 전면 등교가 이뤄졌지만 초등학교 25곳, 중학교 31곳, 고등학교 19곳은 3분의 2 등교가 이뤄졌다. 부산시교육청은 “3분의 2 등교 대상인 과대·과밀학교는 58곳이지만, 학생 수가 경계치에 있거나 학교구성원들이 3분의 2 등교를 원하는 경우 그에 따르고 있다”고 말했다.

과밀학급 탓에 3분의 2 등교를 하는 자녀를 둔 학부모 송채연(45) 씨는 “다들 학교에 가는데 우리 아이만 학교에 가지 못하고 학습 효과가 확연히 떨어지는 온라인 수업과 병행해야 해 답답하다”면서 “내년에 중학교 입학 예정인데, 다른 아이들과 학력 격차가 크게 벌어질 것 같아 고민 끝에 다니던 학원을 끊고 개인과외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북구 한 중학교의 학부모 김 모(45) 씨는 “다른 학교는 다 학부모를 상대로 조사를 한 것 같은데 우리 학교는 학생, 학부모 둘 다 대상으로 해 결국 학생들의 의견을 따라 3분의 2 등교를 하게 됐다”면서 “전면 등교를 해 달라는 다른 학부모의 항의가 많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edu@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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